[취재수첩] '길 잃은' 해외 자원개발 투자

입력 2013-11-25 21:37   수정 2013-11-26 05:49

박동휘 증권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 박동휘 기자 ]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과 보험회사 운용역들의 책상엔 요즘 해외 자원에 투자해달라는 제안서들이 꽤나 쌓여 있다고 한다. 국회가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질타하고, 정부는 2020년까지 부채비율을 100%대로 줄이라고 호통치자 공기업들이 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돈을 끌어들이려 혈안이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기관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원금+알파’의 수익률을 보장하거나 공기업이 전체 투자액의 절반가량을 후순위 투자로 감당하는 등 각종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국민연금만해도 가스공사와 석유공사가 각각 4000억~5000억원 규모로 추진 중인 투자자 유치 프로젝트 참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주식 채권을 제외한 투자를 의미하는 대체투자 분야에서도 자원은 400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조차 낯설어 하는 분야다. 2011년 포스코와 함께 브라질 니오븀 광산에 투자한 게 처음이고, 그 이후 투자도 지금껏 2건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국내 기관 중에 업스트림(채굴) 단계의 해외 자원에 투자를 해 본 곳들은 지방행정공제회, 새마을금고,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연기금 관계자는 “안정성을 중시해야 하는 연기금 특성상 해외 자원 투자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해외 자원에 투자할 때 대상이 생산단계에 있는 광구여야 하고, 에너지 기업과 공동투자해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제약을 받고 있다. 공제회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투자도 위험하다고 비판받는 마당에 자원 투자를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비율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은 스스로 관(官) 주도의 자원 개발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시인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고작 13.8%(작년 말 기준)인 자원 자급률을 중국, 일본 수준(2010년 각각 30%, 23%)으로 끌어올리려면 결국 기업, 기관투자가 등 민간 주도의 자원 개발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시장’ 대책이 빠진 산업통상자원부의 공기업 부채 축소계획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동휘 증권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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