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명의 시대' 종말 고한 이란의 핵협상 타결

입력 2013-11-25 21:40   수정 2013-11-26 05:50

10년을 끈 이란 핵협상이 잠정 타결돼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란은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과의 협상에서 경제제재 일부(70억달러) 완화를 조건으로 6개월간 핵프로그램 동결에 합의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이란 핵문제의 영구적 해결을 위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해야 하므로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첫걸음을 디뎠을 뿐이지만 중요한 전진을 이뤘다”고 언급했듯이 국제안보와 석유시장의 중대 위협요인이 제거수순에 들어선 것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한다. 이를 반영해 국제유가도 일제히 1~2% 떨어졌다.

협상 타결의 이면에는 이란의 심각한 경제난이 깔려 있다. 지난해 미국과 EU의 경제제재가 강화된 이래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종전 하루 250만배럴에서 현재 70만배럴까지 급감했다. 그 결과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속에 물가는 연간 30~40%씩 뛰었다. 실업률은 통계상 13~14%이지만 실제는 20%를 훌쩍 넘는다는 상황이다. 생활고에 지친 국민들은 올해 대선에서 온건파인 로하니 대통령을 선택했고, 80%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찬성할 정도로 달라졌다.

이란 경제제재가 풀린다면 한국도 상당한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경제 이슈로만 볼 일이 아니다. 20세기사적 관점에서 혁명의 시대, 극단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는 고상한 이상주의와 이데올로기의 실험이 끊이지 않았던 시대다. 1917년 소련 볼셰비키 혁명을 필두로 동서냉전, 중국 문화혁명 등 공산주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또 다른 축은 1979년 호메이니의 신정(神政)국가 이란의 등장이었다.

물론 난마처럼 얽힌 중동의 권력구도를 감안할 때 낙관은 금물이다. ‘악의 축’으로까지 불렸던 이란은 올초만 해도 이스라엘과의 전쟁 발발 가능성을 극도로 높여왔다. 하지만 ‘아랍의 봄’에 이어 이란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걷는다면 34년간의 종교적 광풍도 종언을 고하게 된다. 이제 북한의 개혁과 개방이 다음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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