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매출 대비 비중 日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아
[ 전예진 기자 ]
연말이 다가오면서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줄을 잇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기부를 비롯해 협력업체들과 상생을 위한 각종 지원책도 눈에 띄게 늘었다. 재계는 일회성 이벤트를 탈피해 실질적인 효과를 높이고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등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통 큰’ 사회공헌 지출
삼성은 지난 21일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서준희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연말 이웃사랑 성금 500억원을 기탁했다. 삼성은 1999년부터 올해까지 15년간 매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웃사랑 성금을 기탁해왔다. 총 누적 기탁금은 재계 최대 규모인 3200억원에 달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이웃에게 나눔경영을 실천하고자 성금을 기탁하게 됐다”며 “이웃사랑 성금으로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이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삼성은 다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그룹도 지난 20일 이웃돕기 성금 250억원을 기탁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고객과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나누고자 이번 성금을 마련했다”며 “내년에도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주위를 돌아보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LG그룹도 작년보다 20억원 늘어난 120억원 규모의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 비용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사회공헌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주요 기업 225곳이 지출한 사회공헌 비용은 약 3조25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 222개사가 지출한 3조884억여원보다 5.2% 늘어난 액수다. 한 회사당 지출 비용도 2011년 137억원에서 지난해 144억원으로 증가했다.
실제 삼성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한 금액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는 100억원씩,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200억원이었으나 2011년 300억원, 2012년부터는 500억원으로 10년 전보다 5배나 늘었다. 현대차도 10년 전과 비교해 약 3.6배 증가했다. 2011년부터는 3년 연속 성금 규모를 50억원씩 급격히 늘렸다.
이런 가운데 우리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 수준은 일본 기업을 넘어섰다. 2012년 기준 세전 이익 대비 사회공헌 비중은 한국이 3.58%로 1.71%인 일본의 두 배에 달했다. 매출 대비 사회공헌 비중도 우리나라가 0.22%로 일본(0.8%)보다 세 배 가까이 높다. 이용우 전경련 사회본부장은 “대외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부금을 늘리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단순 비용이 아닌 기업과 사회가 윈윈할 수 있는 투자라고 인식한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사업과 연계한 사회공헌 활동도 인기
기부액수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기업 사회공헌은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회성 봉사활동이나 성금이 아니라 각 사의 특성을 살린 업종 연계형, 지속 가능 사회공헌활동이 도입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청각 장애인을 위해 소리를 진동으로 느끼게 해주는 프로젝트, 저소득층 이웃들에게 창업용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기프트카’ 캠페인, 장애인들이 여행을 하는 데 있어 각종 걸림돌을 없애는 ‘트래블 프런티어’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정보기술(IT) 업체의 특성을 살려 안구마우스인 ‘아이캔’을 선보였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눈동자를 움직여 PC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한 기기다. 기존에 나와 있는 안구마우스 가격은 1000만원대였지만 삼성전자는 5만원 수준에 아이캔을 보급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4월부터 ‘활기차고 재미있는 전통시장 만들기’라는 상생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1차로 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이 프로그램은 롯데백화점의 마케팅·판촉 역량을 활용해 환경, 위생, 서비스 등 전통시장의 취약점을 개선해주는 것이다. 서울 약수시장과 방이시장, 광주 대인시장 등 8개 전통시장이 대상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매출을 올리는 컨설팅을 해주고 시장을 찾는 고객들을 위한 안내지도, 깔끔하게 디자인한 비닐팩 등도 만들어 상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백화점 때문에 주변 전통시장이 죽는다는 편견을 바꾸고, 시장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게 이 프로그램에 대한 업계의 평가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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