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이 미국에서 취업하려다 실패한 경험을 소개했다. 정 사장은 지난 14일 채용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미국에서 자신의 취업 도전기가 생각났다며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1983년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정 사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1987년 메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서 미국에서 취업을 시도했다. 그는 "유학 직후 영어도 서툴고 80년대 한국시장은 매력이 덜 하던 때" 라며 "(미국 취업 도전기는) 아픈 경험이 넘친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사장이 미국에서 취업을 시도한 회사는 다국적 기업, 제조업체, 컨설팅 회사, 은행 등 다양했다. 그가 가장 먼저 언급한 회사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이다. 정 사장은 "GE는 서류심사에서 떨어져 면접도 못했다"며 "훗날 GE와 합작회사를 만들고서 GE 회장님한테 채용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강력하게' (실은 눈치 보며) 항의를 하니 서러움이 가셨다"고 썼다.
그는 어느 컨설팅 회사와 점심을 겸한 면접 중에 면접관이 먼저 일어나며 '계산은 해놓았으니 혼자 식사 끝마치고 가라'고 말했던 굴욕담도 가감 없이 소개했다. 그는 "혼자서 먹은 가장 쓰디쓴 점심"이라고 밝혔다.
자신과 여섯 번의 인터뷰를 진행한 어느 컨설팅회사에 대해선 "나중에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떠들었더니 오히려 호감을 표했다"고 했다.
뉴욕에 있는 미국은행에는 '다행히' 서류통과 했으나 하루 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면접에 못 나갔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한참 철없는 행동"이었다고 회고했다.
어느 제조업체가 면접에서 그에게 한자를 읽을 줄 아느냐고 물었던 일화도 소개했다. 정 사장은 "미국 사람들이 한자를 뭘 알겠나 싶어서 '아주 잘 안다'고 했더니 중국신문을 가져다주면서 제목을 해석해 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면접관은 미국인이었지만 중국어 박사였다고 한다.
정 사장은 "매일 오후에 편지함을 확인하고 메일을 두려운 마음으로 열어봤지만 대부분은 상냥하게 거절하는 내용의 편지였다"며 취업이 어려운 구직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정 사장은 취업 실패는 과거나 현재나 똑같다는 누리꾼의 반응에 "100년 전에도 비슷했겠지만 요즘이 더 팍팍하다"고답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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