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稅감면 줄여야" vs "장기적으로 세수 감소"
부채 해소 위한 재정준칙 도입에도 의견 엇갈려
[ 김우섭 기자 ]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세율을 높이면 전체 경제에 부정적인 외부효과(의도치 않은 손해)를 초래할 것입니다.”(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상위 1% 기업의 법인세 감면액(7조8000억원)은 전체 감면액의 78.7%를 차지합니다. 대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줄여야 합니다.”(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6일 357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에 대한 전문가 공청회를 열고, 본격적인 예산심의에 들어갔다. 국회 예산안 심사의 시작을 알리는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공청회’는 지난해(10월30일)보다 한 달가량 늦게 열렸다. 국가정보원의 댓글 작성 의혹 등의 정치 쟁점으로 여야가 대립하면서 늦어진 것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6명의 전문가는 대기업·부자 증세와 복지지출 확대 등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가장 치열한 공방을 벌인 쟁점은 대기업·부자 증세를 통한 세수 확보 여부였다. 한쪽에서는 증세가 아니라 경제를 활성화해야만 복지 재원도 확보된다는 ‘복지-경제 선순환’ 논리를 폈고, 다른 쪽에서는 증세 등을 통해 선진국에 비해 적은 복지지출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받아쳤다.
토론자로 나선 김우철 교수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법인세율은 동시다발적,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세율 인상으로) 일시적으로 복지 지출은 늘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법인세 비중(GDP 대비 3.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 평균보다 높지만 고용주의 고용보험지원 등 사회보장비용 비중(2.4%)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국내 기업의 세 부담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부채 문제 해소를 위한 재정준칙 도입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재정준칙이란 국가지출과 재정수지 등의 한도를 법으로 정해두고 국가부채를 관리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재정 위기 발생 이후 무리하게 재정준칙을 적용했다가 오히려 장기침체에 빠졌다”며 “갑작스러운 재정준칙 도입은 경기 활성화와 안정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예산안에서부터 사업의 목표와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핵심성과지표’를 도입해 예산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내년 예산에 대해서는 ‘경제 활성화와 복지를 동시에 추구한 탓에 어정쩡하게 편성됐다’는 지적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복지 중심의 대선공약을 지키고 경제도 살리겠다는 목표를 모두 맞추려다 보니 예산안의 우선순위와 원칙이 흐려졌고,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예산이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교수는 “전체적으로 여전히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비중이 높은 반면 복지 예산은 어느 세대, 어느 계층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조세 정책 방향인 비과세·감면 정비가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異見)이 없었다. 박순애 교수는 “법인세나 소득세를 늘려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보다는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해 세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 지출이 예년에 비해 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노동팀장은 “정부는 복지예산이 100조원을 돌파했다고 말하지만,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기금을 제외한 실질적 복지예산은 늘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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