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환자 30% 재발
생존기간 연장 치료에 사회적 관심 필요
오는 28일은 부인암 환자의 날이다. 유방암·자궁경부암 등 부인암 환자가 늘면서 사회적 관심도 그만큼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도 적지 않다. 얼마 전 새로운 항암 치료법을 논의하기 위해 50대 진행성 유방암 환자와 가족이 찾아온 적이 있다. 이 환자는 재발 후 안트라사이클린계와 탁산계약물을 포함한 두 가지의 항암화학치료를 받았지만 유방암이 뼈·간·폐까지 전이됐다. 유방암 3차 치료를 시작해야 할 상황이었다. 환자에게 외국의 임상시험 결과, 생존기간을 입증한 새로운 치료제를 설명했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경제적 부담이 커보였다. 그동안 구토·탈모 등 힘든 상황을 어렵게 버텨온 환자였다. 이 환자는 결국 너무 비싼 약값 때문에 치료를 선택하지 못하고 포기하며 돌아갔다.
이는 재발된 유방암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어려운 항암 치료를 묵묵히 계속하고 있는 유방암 환자들이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유방암은 세계적으로 전체 여성암의 23%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도 1996년 3801명에서 2010년 1만6398명으로 매년 6%씩 증가하는 추세다. 15년 사이에 무려 4.3배 가까이 급증했다. 다양한 진단기기와 치료제가 개발되고 유방암 조기 검진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진행성 유방암 환자의 적절한 치료에 대한 필요성은 사회적 관심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에 있다.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유병기간이 길고 30~40대 젊은 환자의 비율도 서양에 비해 높다. 유방암의 암세포는 성장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아 10년이 지나도 재발 또는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술받은 유방암 환자의 30% 정도는 암이 재발한다. 생존기간 연장을 위한 치료가 필수적인 이유다.
최근에는 표적항암제뿐만 아니라 항암 치료의 근간이 되는 항암화학요법도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출시돼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하지만 진행성 유방암 환자가 현실적으로 새로운 항암제의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 진행성 유방암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낮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지레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비싼 치료제 선택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라는 이중고가 환자와 가족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최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한 유방암 치료제가 환자와 가족의 간절한 바람에 힘입어 정착되고 있다. 진행성 유방암의 치료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이런 긍정적인 치료의 흐름이 국내에도 도입돼야 한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국내 여성의 평균 수명을 84세로 봤을 때,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4.2%다.
성인여성 25명 가운데 1명은 유방암에 걸린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방암 치료 수준은 세계적이지만 날로 증가하는 진행성 유방암 환자들이 생명기간 연장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때다. 이를 위해 최신 항암제의 보험 확대 등 사회적·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백남선 < 이대여성암병원 병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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