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 소속사 판타지오, 걸그룹 포미닛의 큐브엔터테인먼트, 씨엔블루의 FNC엔터테인먼트 등이 내년 상반기 증권 시장 문을 두드린다. 가수 아이유 소속사인 로엔엔터는 씨스타가 속한 스타쉽엔터 인수를 검토 중이다.
그간 증권시장에서 엔터업계 ‘3대 강자’는 에스엠엔터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 JYP엔터(JYP Ent.)가 대표적으로 꼽혀왔다. 중견 엔터테인먼트들의 잇따른 증시 데뷔가 예고되면서 이같은 기존 구조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다.
판타지오는 코넥스 상장을 위한 신규 상장신청서를 제출한 상태. 코넥스에 최초 상장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노리는 판타지오는 신한캐피탈 10억원, 원익투자파트너스 15억원 등 총 55억원의 투자를 받아냈다.
큐브엔터도 내년 상반기 중 IPO 또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말엔 연예기획사 IHQ가 큐브엔터 지분 50.1%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업계에서는 ‘큐브-IHQ 연합’이 음악업계 빅3 구조를 흔들 만큼 강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시기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FNC엔터도 올해 초 유진투자증권과 상장주관사 계약을 마치고 상장 절차를 진행한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비슷한 시기에 대거 주식시장으로 들어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증권전문가들은 시장 포화상태에 접어든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최선의 타개책으로 증시 상장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예 기획 사업만으로는 수익구조가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가 상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대형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개인 투자자들을 통해 자금을 수혈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엔터테인먼트업계에 투명성이 강조되면서 상장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서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50개 아이돌 그룹이 데뷔했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며 "이제는 새로운 사업구조를 확대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고 귀뜀했다.
실제로 SM, 와이지, JYP 등 대형 기획사들은 여행, 음반 레이블, 화장품 사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 시키고 있다.
다소 불투명했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시장 검증을 받는 시기라는 목소리도 있다.
고병학 판타지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제조업과 같은 전통산업과 달리 엔테테인먼트는 변동이 심하고 역사가 짧다"며 "상장을 통해 신뢰를 얻고 안정성도 입증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글로벌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선 금융 자본과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이같은 행보에 대한 시각이 다소 엇갈린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소속사들도 실적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신인 발굴 능력이나 신규사업에서 기존 대형사를 능가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IPO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력을 갖춘 중소 기획사들이 자금력만 갖추면 빠른 시일 내에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박람회장 발칵'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 등장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