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환영을 담은 도시 풍경…함명수 씨 개인전

입력 2013-11-27 21:20   수정 2013-11-28 04:53

[ 정석범 기자 ] 구상이건 추상이건 화가가 캔버스에 형태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붓이다. 붓의 터치와 운용 방식은 그림에 작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고유한 개성을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면발 풍경화’로 잘 알려진 함명수 씨만큼 독특한 붓의 터치를 보여주는 작가도 드물다.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자신의 여덟 번째 개인전 ‘회화의 욕망’을 열고 있는 그는 그간 직물의 털실 또는 라면 면발 같은 독특한 질감으로 도시의 풍경을 그려 관심을 모았다.

그가 도시 공간에 주목하는 것은 그곳이야말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응축된 공간이라고 생각해서다. 특히 이번에 무대로 삼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라스베이거스는 24시간 화려한 불빛이 불야성을 이루는 곳으로 도시민의 욕망이 화산처럼 분출하는 곳이다. 작가는 그곳의 번쩍거리는 네온사인과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를 화폭에 담았다. 종전과는 다르게 큰 붓을 사용해 매끈한 금속의 표면처럼 처리하기도 하고 자유롭고 활달한 터치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게 만든 대작 ‘타임스스퀘어’에서 보듯 도시의 밤은 현실이 아닌 욕망으로 얼룩진 거대한 유령처럼 관객에게 다가선다.

평면작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입체작업을 시도한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별의 눈물’에서 드러난 그의 감각적인 터치는 조각에서도 그대로 발휘된다. 마치 물감을 잔뜩 머금은 커다란 붓을 허공에 휘두른 듯한 별의 형상은 마르지 않은 물감이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기괴한 모습으로 묘사돼 관객에게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대상의 지시성이나 상징성을 앞세우기보다는 독특한 붓 터치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주관적인 작품 해석을 유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 조각 드로잉 등 모두 36점이 출품됐다. 12월 20일까지. (02)736-4371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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