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함께 자는 아기가 위험하다?

입력 2013-11-28 13:29   수정 2014-02-25 16:00

[ 객원 기자 ] 올해 1월 말, 서울에 사는 김모씨 부부에게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다.
 
결혼한 지 3년 차인 부부에게는 이제 막 백일이 지난 예쁜 딸이 있었다. 건강하게 태어나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아기를 보며 두 사람은 행복한 날들을 보냈다. 백일 무렵에 들어서자 아기는 새벽이면 잠에서 깼다. 덩달아 부부도 잠잘 시간이 줄어들어 피곤하긴 했지만 으레 지나가는 성장 과정이라 생각하고 감수했다그날 따라 웬일인지 아기는 한번도 잠에서 깨지 않았다. 덕분에 부부는 오랜만에 깊은 잠을 이룰 수 있었다. 이른 아침 눈을 뜬 부부는 옆에 잠든 아기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아기는 전혀 움직임이 없었고, 손발은 싸늘했으며, 숨도 쉬지 않았다. 부부는 바로 응급실로 뛰어갔지만 아기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영아돌연사 증후군이었다.
 
이처럼 12개월 이하 영아가 갑작스레 사망했을 때 사후 검사에서 사망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를 영아돌연사 증후군이라 한다. 1~5개월 사이의 영아들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하며, 가을,겨울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1천 명당 0.44, 미국에서는 1천 명당 1.3~1.4명꼴로 나타나는데 비해 국내 발생률은 1천 명당 0.2명꼴로 앞선 두 나라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인다. 하지만 2009년 조사기준 연간 84명의 영아들이 목숨을 잃으며 영아 사망의 39%를 차지할 정도로 위험도가 높다.
 
영아돌연사 증후군의 원인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꾸준히 진행된 역학연구를 통해 발생률을 높이는 위험 요인은 밝혀졌다. 임신 간격이 짧거나 태아가 미숙아로 태어난 경우, 산전 진찰을 제대로 받지 않았거나 출생 후 발육 상태가 좋지 않는 등 산부인과적 요인과 흡연이 있다.


산모가 흡연을 할 경우 영아돌연사 증후군 발생이 3~5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흡연량이 많을수록 발생 위험도 증가한다. 또한 출생 후 가족 중 누군가 담배를 펴 아기가 흡연에 노출될 경우도 발생 위험을 높인다.
 
하지만 가장 조심해야 할 위험 요인은 잘못된 수면 습관이다. 앞서 말했든 국내 영아돌연사 증후군 발생 빈도는 외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는 아기를 똑바로 눕혀서 재우는 우리의 전통적인 육아방법이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본다. 우리와 달리 외국에서는 신생아를 엎어 재우는 방법을 택하는데 이런 수면 습관이 영아돌연사 증후군 발생 비율을 높인 연구 결과가 1960년 대부터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에서는 1970년대에 똑바로 누워 재우던 영아를 엎어 재우게 한 이후로 영아돌연사 증후군 발생이 급증하였다. 잠을 자는 자세와 영아돌연사 증후군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려주는 사례다. 이에 네덜란드는 똑바로 눕혀 재우는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 이후부터 발생빈도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영국, 호주, 스웨덴 등에서도 이 캠페인을 통해 영아돌연사 증후군 발생빈도를 절반으로 줄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외국 캠페인과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분위기다. 몇 년 전부터 아이에게 동그란 머리 모양을 만들어 준다며 옆으로 또는 엎어 재우는 부모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영아돌연사 증후군 발생빈도를 높일 뿐 아니라 질식사까지 이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아기를 똑바로 눕혀서 재우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부모와 함께 자는 것은 아이에겐 위험한 일이다. 서울대의과대학 법의학과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양경무 박사팀이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영아돌연사 증후군으로 진단된 355건의 중 168건의 수면자세를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이중 54.4%가 부모와 함께 잠을 자다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영아돌연사 증후군으로 사망한 영아 10명 중 6명은 부모와 함께 자다가 발생한 것이다.
 
유독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부모가 아기와 밀착해서 잠을 잔다. 어른 옆에서 재우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수면 습관이 아이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12개월 미만 영아들은 가슴으로 숨을 쉰다. 만약 함께 자던 어른이 무의식중에 아기의 가슴에 손이나 발을 올리면 아기는 호흡이 어려워진다. 어른의 사소한 뒤척임이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영아돌연사 증후군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가슴 압박은 아이의 심폐 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영아 때부터 부모와 따로 자는 것이 좋다.
 
또한 아이와 한 이불을 덮는 것도 피해야 한다. 어른의 움직임으로 인해 이불이 아이 얼굴을 덮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침대 난간에 걸쳐놓은 수건으로 인해 영아돌연사 증후군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따라서 이불은 물론 잠자리 주변에 아기 얼굴을 덮을 만한 것들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은 자고 있는 중이라도 숨이 막히면 깨어나 편히 호흡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한다. 어른들의 팔에서 벗어난다던가, 아니면 얼굴을 덮은 이불을 치우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영아들은 행동에 제약이 많고 일부 아기들은 산소 공급이 잘 되지 않는 상태더라도 잠에서 깨어날 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부모들의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몇 가지 안전 수칙을 숙지하고 이행한다면 영아돌연사 증후군 위험 요인을 줄일 수 있다.
   
 
영아돌연사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수칙 10계명
 
1. 아기가 천장을 보는 자세로 잠들 수 있도록 한다.
2. 부모와 같이 자게 될 경우 아기와 50cm이상 떨어져 자도록 한다.
3. 부모가 술을 마셨거나 수면제를 복용했을 때, 너무 피곤할 때는 아기 옆에서 자지 않도록 한다.
4. 아기와 한 이불을 덮지 않도록 한다.
5. 이불과 베개가 너무 푹신푹신한 것은 피한다.
6. 아기 이불은 모서리를 고정시키거나 아기의 양쪽 겨드랑이에 끼워서 얼굴을 덮지 않도록 한다.
7. 방석, 수건, 옷 등 아기가 자면서 얼굴을 덮을 염려가 있는 모든 것들을 치운다.
8. 아기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한다.
9. 우유병을 문 채 잠들게 하거나 수유하면서 잠을 재우지 않는다.
10. 아기를 재우는 방이 너무 덥지 않도록 주의하며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한다.
 
<참고- 엄마랑 아기랑 밤마다 푹자는 수면습관, 범은경 저, 새로운 제안>

강은진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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