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2014년 경영계획] 정부, 성장률 괜찮다는데…기업은 2013년보다 경영환경 더 어렵다

입력 2013-11-28 21:02  

한경, 30대그룹 CEO 44명 설문

원화 강세·글로벌 경기 둔화에 '긴축경영'
"투자동결·감축" 59%…"신규채용 동결" 70%



[ 이태명 / 김대훈 기자 ]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로 정했다. 2.7~2.8%로 추정되는 올해 성장률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올해 3분기와 4분기를 정점으로 경기가 ‘턴어라운드(회생)’하고, 이 불씨를 살리면 (성장률 전망치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게 정부 생각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생각은 달랐다. 본지가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보다 악화될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뤘다. 최대 리스크는 ‘환율’이었다.

○환율, 글로벌경기…시계제로

올해 환율은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1163원 선까지 치솟았다가 하반기 들어 1050~1060원대로 하락했다. 원·엔 환율(100엔당)도 1027원가량에서 현재 1030~1040원대로 떨어졌다. 환율 하락은 기업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준다. 삼성전자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연간 영업이익이 3조원가량, 현대자동차는 2000억원가량 줄어든다.

이 때문에 내년 환율의 방향성에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대다수 기업은 사업계획을 짤 때 환율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반영한다. 실제로 예상되는 환율보다 사업계획 환율을 좀 더 낮춰 잡아 환율 변동에 따른 실적 악화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올해는 환율 방향을 잡기가 너무 힘들다는 게 기업들의 공통된 호소다. 특히 이달 들어 급작스럽게 환율이 급락하면서 사업계획을 짜기도 쉽지 않다는 게 기업 재무담당자들의 얘기다.

본지 설문조사에서 30대 그룹 주력 계열사 CEO들이 밝힌 내년도 기준환율은 원·달러 1069원90전, 원·엔(100엔당) 1074원40전이었다. 올해 초 사업계획에 반영한 환율 전망치보다 달러 기준으로는 20원, 엔화 기준으로는 137원가량 각각 낮춰 잡았다. A기업 관계자는 “지금 추세라면 내년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사업계획을 짤 경우 매출, 영업이익이 올해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일단 1070원대로 잡았다”고 귀띔했다.

내년 글로벌 경기도 ‘변수’다. 44명의 CEO 가운데 72.7%가 내년 경영 환경의 최대 변수로 ‘글로벌 경기회복 둔화’를 꼽았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경우 미칠 파장과 유럽 경기가 얼마나 회복할지가 여전히 불투명해 내년 경영여건을 섣불리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투자·고용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환율과 경기라는 외생변수에 기업들은 내년 경영 방향을 ‘공격’보다 ‘방어’에 초점을 맞췄다. 44명의 CEO 가운데 70% 이상이 내년 경영기조를 ‘비상경영’ ‘보수경영’ ‘긴축경영’으로 정했다고 응답했다. CEO 중 56.9%는 ‘내년에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으며 75%는 ‘내년에 기업 인수합병(M&A) 계획이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신규사업 진출이나 M&A 등 공세적으로 나서기보다 내실을 기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투자와 고용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는 분위기도 뚜렷했다. 내년 투자의 경우 CEO 10명 중 6명은 ‘올해보다 줄이거나 동결하겠다’고 답했다. 56.9%는 ‘내년 국내 투자를 동결하거나 줄이겠다’고 답했으며, ‘해외 투자를 동결하거나 줄이겠다’는 응답도 59.1%였다. ‘올해보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견은 36.4%였다.

또 CEO 10명 중 7명이 ‘내년 신규 채용을 늘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고용을 늘리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보기 때문’ ‘저성장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란 의견이 많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몇몇 기업을 빼고는 올해 대부분의 기업이 실적 부진을 겪었다”며 “경기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선뜻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계획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태명/김대훈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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