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자동차 실내 공간에도 얼마든지 화각공예가 입혀질 수 있어요. 우리 실생활에서도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28일 오후 강남 삼성동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만난 중요무형문화재 제109호 이재만 화각장(61·사진)은 "기회만 된다면 자동차 인테리어의 화각공예에 도전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인은 조선시대 화각공예의 마지막 재현자인 음일천 선생에게 사사받은 유일한 제자다. 4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재인 화각공예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도요타가 신차 '아발론' 홍보 일환으로 기획한 '한국의 전통 무형문화재 알리기' 캠페인(Avalon with Korean Heritage)에 참여해 화각공예 작품을 선보였다.
한국도요타는 10월부터 다음달까지 3개월간 3명의 무형문화재 장인을 선정해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한국 전통공예품의 진가를 적극 알린다는 취지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협조로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11월 선정된 인물이 바로 이재만 장인.
그가 선보인 작품(화각사주함, 화각삼층장, 화각함 등)은 도요타 서울 용산전시장 내 전시돼 있으며, 아발론 구매 고객에게 십장생 문양을 넣어 만든 화각함이 선물로 증정됐다. 도요타 측이 아발론 구매 고객의 기념품으로 화각을 요청했는데 이 장인이 흔쾌히 수락해 이뤄졌다.
이 장인은 자동차 핸들 커버나 도어 트림 등에 화각 공예가 들어갈 수 있으며 자동차 업체들과 기회만 된다면 다양한 작업하고 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핸들에 화각이 들어가면 촉감이 좋아지고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아요. 가령 아우디나 벤츠 자동차에 한국 전통문양이 들어간다면 동서양이 만난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거죠."
얼마 전 용산전시장을 방문한 그는 도요타의 플래그십 세단 아발론에 앉아봤다. 아발론이 어떤 차 같았는지 물어보자 "나도 좋은 차 타봤으면 좋겠네. 내 작품이랑 바꾸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에 따르면 화각은 2~3년생 쇠뿔을 투명해지도록 얇게 깍은 다음 가지의 뒷면에 오색의 단청안료로 그림이나 무늬를 그려 목재 가구에 붙여 치장한 공예다. 나전칠기와 함께 전통 왕실공예의 전형으로 꼽히며, 재료가 귀하고 공정이 까다로워 매우 귀한 공예품에 속한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기간만 최소 7개월이 걸린다는 게 이 장인의 설명이다.
이 장인은 그동안 다양한 국내외 전통공예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했다. 기업들의 기념품을 제작하거나 대학 강단에도 섰다. 향후 세계 각지에 나간 전통 공예품을 복원하는 사업을 꿈꾸고 있다.
그는 "정부는 문화제 지정 관리에 별 관심이 없는데, 결국 기업들이 문화·예술에 투자 비용을 늘려 전통문화를 살려주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한국 전통문화 가치를 배우려는 도요타방식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요타가 한국 사회에 자리매김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 차원에서라도 한국 전통문화 찾기 작업이 단기적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국도요타는 전시장의 순회 기획전시를 통해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 고유의 전통 명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달 19~22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3 한국공예디자인페어'에 아발론 특별 전시관을 마련하고 한국 전통 디자인과 조화를 이룬 아발론 알리기에 나설 예정이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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