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전날 밤새 검색해 골라 놓은 어그부츠를 한국 시장의 반값인 120달러에 사는 데 성공했다.
온라인으로 해외에서 물건을 직접 사는 소위 ‘직구족’이 들썩이고 있다. 미국의 최대 쇼핑축제 기간인 ‘블랙&사이버 시즌’ 동안 좋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서다.
‘블랙&사이버 시즌’은 11월 넷째 금요일인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12월 첫 월요일인 사이버 먼데이(온라인 할인판매 확대일)까지로 최대 80% 할인해준다.
국내 인터넷에서는 1주일 전부터 공동구매를 위한 파트너 모집과 할인정보 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국내 최대 배송대행 사이트인 ‘몰테일’은 올해 ‘블랙&사이버 시즌’ 배송건수가 4만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3년 전(3224건)에 비해 1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인천공항 세관은 한꺼번에 대량의 물건이 들어올 것에 대비해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반값에 살 기회"…해외 쇼핑몰에 직접 주문
유명 브랜드의 가격 버블을 피해 싼값에 사려는 합리적 소비 경향이 강해지면서 해외 쇼핑몰이나 제조업체에 직접 주문하는 ‘해외 직구족’이 급증하고 있다. 인천공항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화물 반입은 719만8000여건으로 2011년 506만5000여건보다 42.1%나 늘었다. 2008년(195만5000여건)에 비하면 세 배 이상 많다. 의류수입상인 BK월드 강현민 사장은 “해외 직구가 일상적인 소비 패턴이 되면서 유통 국경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직구족 증가로 올해 ‘블랙&사이버 시즌’에 미국 직접구매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일찍 할인행사에 들어간 미국 쇼핑몰 명단이 인터넷에 매일 업데이트되는 등 거의 실시간으로 직구족 간에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옥션과 11번가 등이 지난 주말부터 대규모 할인행사에 들어가는 등 블랙&사이버 시즌에 동참하는 국내 유통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11번가가 회원 1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
주부 정수민 씨(47)는 “블랙프라이데이엔 옷은 물론 생활용품도 잘만 고르면 반값 정도에 살 수 있어 작년에도 아이들 옷을 직접구매로 샀다”고 말했다.
의류브랜드 갭은 최대 60%, 랄프로렌 아메리칸이글 토리버치 등은 50%를 할인하며 여기에 추가로 20% 깎아주는 곳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10만원 안팎인 갭의 티셔츠와 니트는 배송료를 포함해도 4만원가량이면 살 수 있다. 아마존은 이어폰 전자제품 DVD 등을 최대 반값에 판다. 삼성 LED TV도 40%가량 싸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면세 한도가 작년부터 ‘상품 가격과 배송비를 합쳐 15만원 이하’에서 ‘상품 가격 기준 200달러 이하’로 상향돼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상품 종류가 늘어났다. 특히 올해는 원화 강세(29일 달러당 1058원)까지 이어지면서 구매력이 커졌다. 지난 3~8월에는 달러당 1100원을 웃돌았다.
그러나 해외 직접구매에는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어지현 11번가 해외쇼핑팀장은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는 주문이 몰려 배송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면세 범위를 넘으면 상품에 따라 최대 55%의 관세가 매겨지므로 구입단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환불 혹은 사이즈 교환이 불가능하고, AS 기간이 최대 6개월 이상 걸리는 등 구매 후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 블랙프라이데이
미국의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날로 11월의 넷째 금요일. 추수감사절 연휴를 마치고 상점들이 큰 폭의 할인 판매를 하면서 미국 최대 쇼핑축제 기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때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어 유통업체가 이전까지 적자(red figure)에서 흑자(black figure)로 바뀌는 분기점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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