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현우 기자 ]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달 7일 당정 협의를 통해 2016년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민주당)은 지난 20일 “장기적으로 줄여가는 것은 맞지만 기업과 근로자 의견이 수렴돼야 하기 때문에 이번 회기 중에는 근로시간 단축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1주일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정하고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1주일이 주중 5일인지 주말을 포함한 7일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1주일을 주중 5일로 해석해 주말에 16시간(8시간씩 2일)을 더 일해도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고 본다.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당정협의안과 한정애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 등 크게 두 가지다. 두 개정안 모두 고용부 해석과 달리 1주일을 7일로 못박았다. 이렇게 되면 주말근로라는 개념이 없어지기 때문에(주말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 1주일 법정 근로시간은 일반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 등 52시간이 된다.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당정협의안은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 시행과 일정 기간 주당 60시간 근로 허용이라는 예외 규정을 담았지만 한정애 의원안은 개정 즉시 시행하고 예외 규정도 없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과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찬성 OECD 중 최장 근로시간…노동생활의 질 개선돼야
노동시간 단축이 다시 노사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근무형태가 주5일제로 바뀐 지가 언제인데, 무슨 노동시간 단축인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주5일제 전면 시행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연평균 노동시간은 209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와 함께 가장 길다. OECD 주요 회원국 평균 근로시간이 주당 32.8시간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주당 40.2시간으로 연간 287시간 더 일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의 폐해는 산업현장뿐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소득 향상과 더불어 삶과 노동 생활의 질 향상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기대에 비해 과중한 수준으로, 여가-수면-노동 사이의 생활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장시간 노동은 사용자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노동시간의 효율적 사용을 제약함으로써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쉽고, 노동 수요 증감에 따라 노동 공급을 시간대별로 조절할 수 있는 공급 면에서 유연성을 약화시킨다.
장시간 노동의 사회경제적 폐해는 노·사·정 모두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사·정은 2010년 6월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과 근로문화 선진화를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채택하고 2020년 이내에 국내 전 산업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하자는 데 합의했다. 그럼에도 노동시간 단축을 향한 발걸음은 더디다. 주된 원인은 두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주 52시간으로 줄여야
먼저 근로기준법 개정이다. 현재 장시간 노동 해소 방안으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주간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노사에만 맡겨서는 장시간 노동 관행을 해결할 수 없으므로 노동시간 규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 유권해석에 따라 주말근로가 연장근로로 인정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주말 16시간을 포함해 최대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했다. 대부분의 OECD 회원국들이 휴일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에 포함해 계산하는 관행에 비춰 개정안은 국제 사회에서도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이다.
다음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을 둘러싼 이견이다.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임금도 줄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근로시간이 준다고 인건비를 줄이면 생계 유지가 힘들므로 보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노사의 입장은 평행선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보면 충분히 타협하고 조정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장시간 노동에 따른 사회경제적 역기능 해소다. 국민소득 2만달러와 연평균 노동시간 2092시간은 양립할 수 없다. 현재의 장시간 노동체제는 보다 업그레이드된 생산체제와 맞지 않는다. 또한 낡은 산업화시대의 생산체제를 고도화·선진화한 기술과 자본집약적인 고능률 생산체제로 개혁하는 것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규직들이 노동시간을 독점함으로써 정규직 노동자들의 과중한 노동과 고용 창출 제약을 가져오기도 했다. 한마디로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체제를 타파하려면 노사 간 부담을 줄여나가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주간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장시간 노동은 제조업의 교대근무 사업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52시간 초과 근무는 전체 근로자의 13%, 60시간 초과는 5%로 나타났다. 휴일근로를 하는 장시간 근로 중 72%는 제조업에, 휴일근로 없는 장시간 근로 중 69%는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제한하면 62만명의 근로시간을 61시간에서 52시간으로 15% 줄일 수 있고, 이는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진다. 다만 근로기준법 개정은 중소기업 현실을 감안해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 적용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 문제다. 현대자동차의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사례에서 보듯 자금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은 설비투자 등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해 임금 삭감 없이도 생산량을 유지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근로자 임금 삭감과 경영상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이를 해소하는 최선의 방안은 원·하청 거래 관계의 공정성 확보와 하청업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원청업체의 동반성장 전략이다. 원청업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차원에서 부품업체의 노동시간 단축에도 일정 부분 기여해야 할 것이다.
생산성·업무 집중도 향상…근로시간 단축 효과 볼 것
한국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시간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법적 개입과 감독이 필수적이다. 장시간 노동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한국 경제를 고도화하는 길이요, 근로자를 살리는 길이다.
노광표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
반대 생산 차질·인건비만 늘 것…中企 인력난부터 풀어줘야
그 어느 때보다 고용에 대한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국정 기조로 삼고 정년 60세 법제화,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장시간 근로 관행이 사라지고, 기업은 줄어든 근로시간으로 인해 정해진 납기에 생산 물량을 맞추지 못할 것이므로 채용 규모를 확대해야 해 고용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인 듯하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의 채용 규모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이상적이라는 것이 우리 중소기업인들의 생각이다. 정말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고용창출이 일어날까. 그렇다면 일자리도 창출되고 기업들도 생산 걱정이 없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생산 차질과 함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노사 갈등이 심해지는 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11월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459개 기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등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의견을 조사한 결과 82.4%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하는 법안 개정에 반대하고, 법 개정시 70.1%의 기업이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산업계에 두루 퍼질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근로시간 줄이면 고용창출? 현실과 거리 먼 '이상적 주장'
이런 현장의 목소리에 정부는 기업이 사람을 더 뽑고 인건비 비중을 늘리고 노사가 잘 합의하면 된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인력난 악화 문제에는 속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사람을 뽑고 싶어도 지원자가 없어 부족 인원이 26만명에 달한다. 특히 생산직 근로자는 더욱 구하기 어렵고, 숙련기술 인력은 하늘의 별따기라 할 정도다. 구인난이 심각한 기업들은 3교대로 돌리던 공장도 이제 사람이 없어 2교대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내국인 구인이 어려운 기업들은 결국 외국인 근로자 고용까지 원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고용 인원 제한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처럼 초과근로수당이 1.5배인 나라도 많지 않다. 기업들이 왜 근로자들에게 몇 배의 가산임금을 주면서까지 휴일근로를 원하겠는가. 중소 제조업의 46.2%가 다른 기업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납품하는 수급 기업인데 이들 중 유동적인 수급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휴일근로가 불가피하다는 기업이 절반을 넘는다.
한 번 뽑으면 계약 해지도 어렵고 정년도 보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초과근로만이 경기 변동에 대비한 유일한 인력 운영 수단인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근로시간을 줄인다면 납기를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초과근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마지막 대응책까지 빼앗는 것이다. 중소기업계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영세 중소기업 현실 헤아려 노사 자율합의로 도입해야
지난 11월20일 단조·금형·도금·플라스틱 등 극심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뿌리산업 업종의 중소기업 대표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찾아 근로시간 단축시 예상되는 기업 현장의 애로를 호소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해 신중한 처리를 요청했다.
다행히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중소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중소기업계의 의견 수렴을 통해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회기에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해 참석자 모두 한시름 놓았다고 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우려되는 문제에는 노사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초과근로수당을 받는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은 대부분 시급 기준으로 계산한다. 일정 기본급을 보장하고 추가 근로한 시간에 따라 가산임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결국 1인당 근로 가능한 시간이 줄어들면 당연히 그 근로자에게 보장할 수 있는 최대 임금도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연차휴가에 대해서도 휴가 사용보다는 수당받기를 선호하기도 하는 근로자들이 1.5배로 지급받는 초과근로수당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부 노조에서는 임금 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서 근로라는 대가 없이 임금을 보전해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은 1인당 임금 감소 문제가 노사갈등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계가 장시간 근로를 지속하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실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긴 편에 속한다. 이런 장시간 근로의 개선 필요성에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르다.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시행 시기에서는 68시간이 보장돼야 하는 업종과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을 헤아려 노사 합의에 의해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김세종 <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
■ 읽을 만한 자료
△장시간 노동과 노동시간 단축,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외, 2013
△8시간 vs 6시간-켈로그의 6시간 노동제 1930~1985, 벤저민 클라인 허니컷, 2011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조사, 대한상공회의소, 2013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등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의견조사, 중소기업중앙회·한국 경영자총협회, 2013
△외국인근로자 취업실태조사, 중소기업중앙회, 2013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박람회장 발칵'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 등장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달 7일 당정 협의를 통해 2016년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민주당)은 지난 20일 “장기적으로 줄여가는 것은 맞지만 기업과 근로자 의견이 수렴돼야 하기 때문에 이번 회기 중에는 근로시간 단축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1주일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정하고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1주일이 주중 5일인지 주말을 포함한 7일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1주일을 주중 5일로 해석해 주말에 16시간(8시간씩 2일)을 더 일해도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고 본다.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당정협의안과 한정애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 등 크게 두 가지다. 두 개정안 모두 고용부 해석과 달리 1주일을 7일로 못박았다. 이렇게 되면 주말근로라는 개념이 없어지기 때문에(주말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 1주일 법정 근로시간은 일반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 등 52시간이 된다.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당정협의안은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 시행과 일정 기간 주당 60시간 근로 허용이라는 예외 규정을 담았지만 한정애 의원안은 개정 즉시 시행하고 예외 규정도 없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과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찬성 OECD 중 최장 근로시간…노동생활의 질 개선돼야
노동시간 단축이 다시 노사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근무형태가 주5일제로 바뀐 지가 언제인데, 무슨 노동시간 단축인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주5일제 전면 시행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연평균 노동시간은 209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와 함께 가장 길다. OECD 주요 회원국 평균 근로시간이 주당 32.8시간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주당 40.2시간으로 연간 287시간 더 일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의 폐해는 산업현장뿐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소득 향상과 더불어 삶과 노동 생활의 질 향상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기대에 비해 과중한 수준으로, 여가-수면-노동 사이의 생활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장시간 노동은 사용자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노동시간의 효율적 사용을 제약함으로써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쉽고, 노동 수요 증감에 따라 노동 공급을 시간대별로 조절할 수 있는 공급 면에서 유연성을 약화시킨다.
장시간 노동의 사회경제적 폐해는 노·사·정 모두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사·정은 2010년 6월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과 근로문화 선진화를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채택하고 2020년 이내에 국내 전 산업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하자는 데 합의했다. 그럼에도 노동시간 단축을 향한 발걸음은 더디다. 주된 원인은 두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주 52시간으로 줄여야
먼저 근로기준법 개정이다. 현재 장시간 노동 해소 방안으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주간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노사에만 맡겨서는 장시간 노동 관행을 해결할 수 없으므로 노동시간 규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 유권해석에 따라 주말근로가 연장근로로 인정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주말 16시간을 포함해 최대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했다. 대부분의 OECD 회원국들이 휴일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에 포함해 계산하는 관행에 비춰 개정안은 국제 사회에서도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이다.
다음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을 둘러싼 이견이다.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임금도 줄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근로시간이 준다고 인건비를 줄이면 생계 유지가 힘들므로 보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노사의 입장은 평행선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보면 충분히 타협하고 조정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장시간 노동에 따른 사회경제적 역기능 해소다. 국민소득 2만달러와 연평균 노동시간 2092시간은 양립할 수 없다. 현재의 장시간 노동체제는 보다 업그레이드된 생산체제와 맞지 않는다. 또한 낡은 산업화시대의 생산체제를 고도화·선진화한 기술과 자본집약적인 고능률 생산체제로 개혁하는 것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규직들이 노동시간을 독점함으로써 정규직 노동자들의 과중한 노동과 고용 창출 제약을 가져오기도 했다. 한마디로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체제를 타파하려면 노사 간 부담을 줄여나가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주간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장시간 노동은 제조업의 교대근무 사업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52시간 초과 근무는 전체 근로자의 13%, 60시간 초과는 5%로 나타났다. 휴일근로를 하는 장시간 근로 중 72%는 제조업에, 휴일근로 없는 장시간 근로 중 69%는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제한하면 62만명의 근로시간을 61시간에서 52시간으로 15% 줄일 수 있고, 이는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진다. 다만 근로기준법 개정은 중소기업 현실을 감안해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 적용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 문제다. 현대자동차의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사례에서 보듯 자금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은 설비투자 등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해 임금 삭감 없이도 생산량을 유지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근로자 임금 삭감과 경영상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이를 해소하는 최선의 방안은 원·하청 거래 관계의 공정성 확보와 하청업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원청업체의 동반성장 전략이다. 원청업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차원에서 부품업체의 노동시간 단축에도 일정 부분 기여해야 할 것이다.
생산성·업무 집중도 향상…근로시간 단축 효과 볼 것
한국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시간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법적 개입과 감독이 필수적이다. 장시간 노동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한국 경제를 고도화하는 길이요, 근로자를 살리는 길이다.
노광표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
반대 생산 차질·인건비만 늘 것…中企 인력난부터 풀어줘야
그 어느 때보다 고용에 대한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국정 기조로 삼고 정년 60세 법제화,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장시간 근로 관행이 사라지고, 기업은 줄어든 근로시간으로 인해 정해진 납기에 생산 물량을 맞추지 못할 것이므로 채용 규모를 확대해야 해 고용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인 듯하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의 채용 규모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매우 이상적이라는 것이 우리 중소기업인들의 생각이다. 정말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고용창출이 일어날까. 그렇다면 일자리도 창출되고 기업들도 생산 걱정이 없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다수 중소기업은 생산 차질과 함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노사 갈등이 심해지는 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11월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459개 기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등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의견을 조사한 결과 82.4%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하는 법안 개정에 반대하고, 법 개정시 70.1%의 기업이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산업계에 두루 퍼질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근로시간 줄이면 고용창출? 현실과 거리 먼 '이상적 주장'
이런 현장의 목소리에 정부는 기업이 사람을 더 뽑고 인건비 비중을 늘리고 노사가 잘 합의하면 된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인력난 악화 문제에는 속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사람을 뽑고 싶어도 지원자가 없어 부족 인원이 26만명에 달한다. 특히 생산직 근로자는 더욱 구하기 어렵고, 숙련기술 인력은 하늘의 별따기라 할 정도다. 구인난이 심각한 기업들은 3교대로 돌리던 공장도 이제 사람이 없어 2교대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내국인 구인이 어려운 기업들은 결국 외국인 근로자 고용까지 원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고용 인원 제한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처럼 초과근로수당이 1.5배인 나라도 많지 않다. 기업들이 왜 근로자들에게 몇 배의 가산임금을 주면서까지 휴일근로를 원하겠는가. 중소 제조업의 46.2%가 다른 기업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납품하는 수급 기업인데 이들 중 유동적인 수급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휴일근로가 불가피하다는 기업이 절반을 넘는다.
한 번 뽑으면 계약 해지도 어렵고 정년도 보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초과근로만이 경기 변동에 대비한 유일한 인력 운영 수단인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근로시간을 줄인다면 납기를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초과근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마지막 대응책까지 빼앗는 것이다. 중소기업계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영세 중소기업 현실 헤아려 노사 자율합의로 도입해야
지난 11월20일 단조·금형·도금·플라스틱 등 극심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뿌리산업 업종의 중소기업 대표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찾아 근로시간 단축시 예상되는 기업 현장의 애로를 호소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해 신중한 처리를 요청했다.
다행히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중소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중소기업계의 의견 수렴을 통해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회기에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해 참석자 모두 한시름 놓았다고 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우려되는 문제에는 노사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초과근로수당을 받는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은 대부분 시급 기준으로 계산한다. 일정 기본급을 보장하고 추가 근로한 시간에 따라 가산임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결국 1인당 근로 가능한 시간이 줄어들면 당연히 그 근로자에게 보장할 수 있는 최대 임금도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연차휴가에 대해서도 휴가 사용보다는 수당받기를 선호하기도 하는 근로자들이 1.5배로 지급받는 초과근로수당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부 노조에서는 임금 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서 근로라는 대가 없이 임금을 보전해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은 1인당 임금 감소 문제가 노사갈등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계가 장시간 근로를 지속하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실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긴 편에 속한다. 이런 장시간 근로의 개선 필요성에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르다.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시행 시기에서는 68시간이 보장돼야 하는 업종과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을 헤아려 노사 합의에 의해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김세종 <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
■ 읽을 만한 자료
△장시간 노동과 노동시간 단축,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외, 2013
△8시간 vs 6시간-켈로그의 6시간 노동제 1930~1985, 벤저민 클라인 허니컷, 2011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조사, 대한상공회의소, 2013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등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의견조사, 중소기업중앙회·한국 경영자총협회, 2013
△외국인근로자 취업실태조사, 중소기업중앙회, 2013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박람회장 발칵'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 등장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