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위는 여론재판까지 해보자는 것인가

입력 2013-12-01 21:00   수정 2013-12-02 05:36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고시를 개정하고 시민심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의 이른바 경제민주화 입법 후속조치를 내놨다. 과징금 개정은 감경 사유를 일부 폐지하고, 감경 비율을 줄이는 한편 가중 사유를 늘리고 부담능력을 이유로 감경혜택을 주던 관행도 대폭 축소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대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사안이 무혐의나 경고조치에 해당하더라도 시민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겠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요는 과징금을 더 물리고 사실상 여론재판일 수밖에 없는 별도의 중벌(重罰)위원회를 두겠다는 발상이다. 당장 과징금 개정만 해도 그렇다. 과징금 부과는 어디까지나 법 위반에 뒤따르는 제재조치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하지만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극대화에만 혈안이 된 듯하다. 실제로 공정위 안대로 되면 과징금 부과액이 당장 2배로 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도 법정에 가면 공정위의 의결이 뒤집히거나 과징금이 환급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과징금 부과에만 급급할 경우 무리한 결정이 마구 쏟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시민심사위원회의 도입이다. 그동안 심사관들이 전결로 처리하던 무혐의 또는 경고조치 사건에 대해 사전에 시민위원회의 심사를 요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심사관이 전문성을 갖고 판단할 수 있는 경미한 사안조차 여론에 맡기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말이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공정위가 심사대상으로 예시한 유형을 보면 그 의도가 더욱 의심스럽다. 피해자가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거나 법률의 해석·적용상 쟁점이 있는 경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모두 위원회를 거치도록 한 것은 실로 재벌 공격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기업이 관련된 사항은 모조리 여론의 심판대에 올리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이번 조처는 공정거래 당국으로서의 전문성이나 법절차에 대한 신중한 고려는 완전히 무시한 일종의 폭주다. 재고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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