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건' 시민심사委가 사전 판단

입력 2013-12-01 21:49   수정 2013-12-03 09:20

공정위 국장 전결 힘들어져…기업, 외부인사 상대로 무혐의 입증해야

불공정거래 조사 깐깐해진다



[ 세종=주용석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발표한 ‘실질 과징금 2배 증가’와 ‘시민심사위원회 설치’ 방안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제기한 ‘기업 봐주기’ 논란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제재 수위를 높이고 공정위의 자의적 사건 처리를 제한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압박감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과징금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과징금 감경 사유 9개 가운데 3개가 폐지된다.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 등급 감경(최대 20%), 법 위반 계약이나 관행 불이행(최대 10%), 기타 감경 사유(최대 10%) 등이 대상이다.

또 단순 가담자 감경(최대 30%→최대 20%), 조사 협력 감경(15%→10%), 자진 시정 감경(최대 30%→최대 10%) 등 과징금 감경률도 축소된다. 최대 50%의 과징금을 깎아주는 ‘부담 능력 부족’ 요건은 사업자가 ‘과징금을 납부하면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경우로 제한된다.

반면 과징금 가중 사유는 현재 ‘3년간 3회 이상 위반, 벌점 5점 이상’에서 ‘3년간 2회 이상 위반, 3점 이상’으로 강화되고 자료 제출 명령 위반시 최대 20%의 과징금을 가중하는 규정이 신설된다. 공정위는 다만 중소기업 등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담이 한꺼번에 늘지 않도록 개정안 시행 시기를 6개월가량 유예하기로 했다.

시민심사위원회는 공정위가 사건 처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꺼내든 카드다. 현재 공정위는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위 내 법원 격인 전원회의나 소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심사관(국장급)이 전결로 무혐의 처리하거나 가벼운 경고 조치로 사건을 종결한다.

그렇다 보니 피해 신고자들로부터 “기업 봐주기 아니냐”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런 의혹을 없애기 위해 심사관 전결 권한을 제한하기로 했다. 심사관이 전결 처리에 앞서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 시민심사위원회에 의견을 구하고, 이들의 판단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시민심사위를 통한 일종의 사전심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시민심사위의 심의 대상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관련 사건,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인 사건, 신고인이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은 사건 등이다. 이들 사건의 경우 시민심사위가 ‘전결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면 심사관은 무조건 사건을 재검토해야 한다. 이 경우 사실상 전결 처리가 불가능하며 반드시 전원회의나 소위원회에 상정해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민심사위는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5명의 외부인사로 이달 중 구성할 방침이다. 자격 요건은 4급 이상 공무원 출신, 법조 경력 5년 이상, 대학·연구기관 5년 이상 근무자다.

공정위는 이른바 ‘대리점 고시(특정 재판매 거래 고시)도 제정했다. 본사가 대리점에 밀어내기(구입 강제)를 하거나 부당한 이익 제공을 강요하는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 경영 적자를 이유로 경영 적자와 무관한 품목에 대해서도 납품 단가를 후려치는 경우 하도급법 위반으로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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