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정세를 일순 격랑에 빠뜨려놓은 이번 사태가 계속 확전하느냐, 아니면 수습의 길로 들어서느냐의 갈림길에서 이뤄지는 외교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이번 순방은 부통령 차원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정상회담과 같은 수준에서 최고위 지도자들의 교감과 조율이 이뤄질 수 있는 기회다.
바이든 부통령은 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 5일 한국으로 건너와 7일까지 머물며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의 기본 대립축은 중국 대 미국·일본·한국이지만 사태전개 과정에서 복잡한 갈래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 측 방공식별구역에 민항기가 진입하는 문제를 놓고 미국·일본의 대응에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고, 한국은 자체 방공식별구역(KADIZ)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갈등이 다각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부통령이 모색할 해법은 단순히 중국만을 상대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과 일본이라는 동맹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고차 방정식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가장 주목되는 행보는 역시 바이든 부통령과 시 주석의 회동이다.
두 사람은 오바마 행정부 1기 때 부통령-국가부주석이라는 카운터파트로 활동했던데다 2011년 바이든 부통령의 방중, 지난해 시 주석의 방미를 거치며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사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동북아 역내질서를 둘러싼 구조적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개인적 인연이 긴장완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단 바이든 부통령의 대중 메시지는 이미 지난 28일(현지시간) 워싱턴 고위당국자의 입을 빌어 공개됐다.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설정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분명한 해명을 요구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공개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입장이 변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이다.
중국이 오래전부터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계획했으며 최근 '3중 전회'을 통해 시 주석이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게 홍콩주간지 '아주주간' 최신호의 보도다.
이는 역내 패권을 강화해나가려는 중국의 '굴기'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안보연구소(CSIS)는 "이번 결정은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역내 안보의 새 틀 짜기 차원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풀이했다.
이런 맥락에서 바이든 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미·중 양측이 이 문제를 놓고 의미 있는 접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양측이 서로 갈등을 자제하도록 노력하자는 선에서 '어정쩡한 봉합'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일본·한국과 보조를 맞춰 중국의 방공구역설정을 무력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를 놓고 과도하게 대립각을 세워 미·중 관계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은 경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도 이번 사태를 둘러싼 동북아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바이든 부통령의 한·일 순방은 이번 사태에 대한 상황인식을 다시 한번 공유하고 대중국 견제의 수위를 조율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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