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영원한 청춘에 대한 갈망

입력 2013-12-02 21:00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 정석범 기자 ]
로마제국 시절 이집트에 정착한 로마인들 사이에는 이상한 풍습이 하나 있었다. 젊고 아름다운 인생의 한창때 화가를 불러 자신의 모습을 나무판 위에 그리게 했다. 이날 사람들은 가장 화려하고 값비싼 옷을 걸치고 온갖 장신구로 치장한 채 화가 앞에 앉았다. 아름답고 화려한 초상화에 대한 그들의 갈망은 너무나 지나쳐 거의 집착에 가까웠다.

집안에 걸기 위한 것이라면 이해하겠는데 놀랍게도 이 초상화는 자신의 주검(미라) 위에 부착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집트인들도 그랬지만 고대 로마인 역시 영혼의 불멸을 믿었다. 그래서 내세에서도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생을 누리길 바랐다. 죽음 목전에 초상화를 그리지 않고 한창 젊을 때 자신의 모습을 남기려 한 이유다.

초상화에 얽힌 어이없는 에피소드도 있다. 19세기 말 프랑스의 한 고고학자가 파이움의 한 동굴묘지에 미라 초상화가 많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는데 겨우 단 두 점만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도착하기 전 이상 한파가 몰아쳐 현지인들이 몽땅 불쏘시개로 태워버린 것이다. 아마도 초상화를 탐내는 현세인들에 대한 내세인의 경계가 아니었을까.

정석범 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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