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 정보 10년간 은폐…'9.15 대정전' 실상은?

입력 2013-12-03 11:40   수정 2013-12-03 15:05

한국전력거래소가 설립 초기인 2001년부터 10년간 예비전력에 '허수'가 있다는 사실을 은폐해 재작년 전국을 혼란에 빠트린 '9·15 대정전'이 촉발됐다는 사실이 법원 판결을 통해 드러났다.

지난 2011년 9월 15일 오후 전력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전국적인 정전이 발생할 상황에 직면하자 전력거래소는 오후 3시 11분부터 지역별 순환 정전을 시행했다.

블랙아웃은 겨우 모면했지만 병원이나 주요기관 등 전국 곳곳에서 전기 공급이 끊겼다. 접수된 피해신고 건수만 9000건, 피해액은 610억원에 달했다.

이후 당시 최중경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전력거래소가 예비전력을 허위 보고했다고 주장하면서 허위 보고가 일회성이었는지, 관행이었다면 지경부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전력거래소는 당일 보고의 문제점은 인정했지만 실제 예비전력량을 10년간 은폐해온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견책 처분을 받은 지경부 전력산업과장 김모(46) 씨는 전력거래소 자료상 예비전력이 400만kw 수준이어서 위기상황이라는 점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징계취소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심준보 부장판사)는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실시간으로 전력생산량과 수요량을 집계하고 그 차이(예비전력)를 표시한 전력수급모니터를 지경부와 한국전력공사에 설치했고, 지경부는 이를 토대로 전력수급 상황을 파악해 왔다.

지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전력거래소와 동일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전력거래소는 모니터상에 나오는 수치에는 즉시 가동할 수 없는 발전기 용량이 포함돼 있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설립 초기부터 숨겼다.

9·15 대정전 당시에도 실제 예비전력이 0kw로 당장 블랙아웃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지만 지경부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거래소는 오후 들어 수차례 경보를 발령한 사실조차 지경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순환 정전 10분 전부터는 몇 분 단위로 부하차단이 필요하다고 통보했다가 취소하는 등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전력거래소가 실제 예비전력량을 계속 은폐한 점 등을 고려하면 김씨가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알기는 불가능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전사고 예방 주무부서인 지경부가 산하의 전력거래소에 대한 감독 소홀로 전력수급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국가와 국민에 엄청난 손해를 끼쳤다"며 "주무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물론, 국가가 피해 국민에 배상책임을 질 수는 있지만 지경부 공무원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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