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오피스
재계 최고 '콤비 경영' -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ㆍ안용찬 생활항공부문 부회장
'선발투수' 채형석
"항공사업 해봅시다" 신사업 '통큰 결단' 내리지만 집안일도 하는 소탈한 남자
'구원투수' 안용찬
"NO" 라고 외칠때 있지만 맡은 사업엔 뚝심 경영 신뢰에 보답하는 남자
[ 김대훈 기자 ]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안용찬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은 처남 매부 사이다. 안 부회장의 부인이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큰 딸이자 채 부회장의 동생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이다. 오너의 장남과 맏사위가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 애경그룹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오너가(家)의 일원이 함께 일하는 건 유별날 게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범상치 않다. 서열로 따지면 당연히 그룹을 총괄하는 채 부회장이 앞서지만 두 사람 간 관계를 서열로만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소탈한 성격의 채 부회장이 항상 스스로를 낮추며 안 부회장을 대한다. 안 부회장 역시 항상 자신을 낮추며 자연스럽게 채 부회장의 존재를 부각하려 노력한다. 외부 인사들과 오찬을 할 때면 포도주를 고르거나 시음할 때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양보한다. 격을 따지지 않는 오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처럼 비쳐진다. “두 부회장을 동시에 모셔도 의전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애경 참모들에게서 나오는 이유다.
보완적 파트너십 경영
채 부회장이 ‘지르는’ 스타일이라면 안 부회장은 ‘관리와 지키기’에 장점이 있다. 항공사업(제주항공) 진출, 수원역사 개발 등 애경그룹의 굵직한 사업이 두 사람의 보완적 리더십을 통해 빛을 봤다.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의 성공은 두 사람의 파트너십이 돋보인 대표 사례다. 2004년께 채 부회장이 갑자기 “항공업을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만 해도 안 부회장은 “잘할 수 있는 이유가 단 하나도 없다”며 반대했다. 초기 투자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가는 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에 맞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평소 항공산업에 관심이 컸던 채 부회장은 “제주도를 기점으로 하는 저비용항공사를 만들면 승산이 있다”며 밀어붙였다. 회사 설립 직후 채 부회장은 초기 사업의 고충을 감안해 평소 신뢰하던 안 부회장에게 항공사업경영을 맡기고 생활항공부문총괄 부회장 직함을 줬다.
채 부회장의 ‘전폭적 지원’ 약속에 안 부회장은 버틸 수 없었다. 마케팅 전문가 안 부회장은 생활용품 마케팅 기법을 항공사에도 접목시켜 보기로 맘먹었다.
제주항공은 회사 설립 1년6개월 만인 2006년 6월 첫 취항에 나섰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 탓에 2010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무더기 적자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던 안 부회장이 “사업을 접는 방안을 검토해봐야겠다”고까지 했지만 채 부회장은 “자금 걱정은 하지 말라”며 힘을 실어줬다. 제주항공을 지원하기 위해 면세점 사업을 팔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주항공은 정상궤도에 올라 애경의 간판사업이 됐고 업계에선 ‘국내 LCC의 개척자’라는 명성을 얻었다. 안 부회장이 사활을 걸고 도입한 펀(fun)·컬러·문화 마케팅은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지금은 어느 LCC를 타도 승무원이 승객에게 이벤트를 해주는 광경이 낯설지 않다. 채 부회장이 사업 진출을 결정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안 부회장은 일관된 마케팅 전략을 펴 제주항공 브랜드를 완성시켰다. (->제주항공의 성공 비결)
수원역사 백화점 개발 사업도 비슷한 과정으로 결실을 맺은 사례다. 2003년 애경그룹은 수원신역사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애경백화점 점포가 서울 구로에만 있던 시절이었다. 안 부회장은 이 사업을 말리고 또 말렸다. 자금도 부족하거니와 이 같은 개발사업은 해 보지 않았다는 것. 수원애경역사는 현재 매년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AK플라자의 주력 점포가 됐다. 이후 분당 AK플라자(옛 삼성플라자)를 인수하는 등 점포 수는 5개로 늘어났다.
믿고 맡기는 리더십
채 부회장은 부친이자 창업주인 채몽인 회장의 타계 후 일찌감치 기업가의 길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후 어머니인 장 회장이 이끌던 애경화학 애경산업 애경백화점 등을 두루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채 부회장은 주요 일정을 기록하지 않고 정확히 암기한다. 주요 계열사의 재무제표가 머릿속에 항상 있어 임원들이 진땀을 빼곤 한다. ‘천상 기업가 집안의 장남’이라는 평이 나온다. 채 부회장은 주요 항공기 제원을 암기할 정도로 숫자에 밝다. 스스로 “꼼꼼하지 않지만 디테일(세부 사항)에 밝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채 부회장은 부드러운 기업인이자 다정다감한 아버지다. 직원들을 부를 때 항상 ‘님’자를 붙인다. 그룹 총괄 최고경영자(CEO)로서의 권위를 좀체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식당에서도 음식을 가져오는 종업원에게 매번 ‘감사합니다’라고 공손하게 인사하는 게 습관으로 굳어져 있다. 집에서도 직접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쓰레기를 버린다. 집에서 설거지를 할 때도 많다고 자랑하듯 얘기한다.
애경의 강점은 가족경영이다. 오너 일가가 경영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기때문이라기 보다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회사가 정말로 성공하는 것’이라는 채 부회장의 소신 때문이다. 그는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 안 부회장은 “다른 기업들은 실적에 쫓겨 2~3년 만에 리더를 바꾸기도 하지만 나는 채 부회장 덕에 7년씩이나 같은 업무를 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채 부회장을 “빈 틈이 없는 전략가이자 매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기업가”라고 평한다. 신사업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이라는 것이다. “
사업을 벌일 때 기업가는 일반인에 비해 훨씬 더 강한 긍정적 사고를 가져야 합니다. 특히 신규사업은 양면을 다 갖고 있지만 부정적인 면만을 고려하다간 사업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채 부회장은 이점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경영자입니다.”
이에 대해 채 부회장은 “안 부회장이 없었다면 제주항공 사업이 이렇게 빨리 안착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파트너의 경영 수완을 한껏 치켜세웠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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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최고 '콤비 경영' -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ㆍ안용찬 생활항공부문 부회장
'선발투수' 채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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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 안용찬
"NO" 라고 외칠때 있지만 맡은 사업엔 뚝심 경영 신뢰에 보답하는 남자
[ 김대훈 기자 ]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안용찬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은 처남 매부 사이다. 안 부회장의 부인이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큰 딸이자 채 부회장의 동생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이다. 오너의 장남과 맏사위가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 애경그룹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오너가(家)의 일원이 함께 일하는 건 유별날 게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범상치 않다. 서열로 따지면 당연히 그룹을 총괄하는 채 부회장이 앞서지만 두 사람 간 관계를 서열로만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소탈한 성격의 채 부회장이 항상 스스로를 낮추며 안 부회장을 대한다. 안 부회장 역시 항상 자신을 낮추며 자연스럽게 채 부회장의 존재를 부각하려 노력한다. 외부 인사들과 오찬을 할 때면 포도주를 고르거나 시음할 때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양보한다. 격을 따지지 않는 오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처럼 비쳐진다. “두 부회장을 동시에 모셔도 의전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애경 참모들에게서 나오는 이유다.
보완적 파트너십 경영
채 부회장이 ‘지르는’ 스타일이라면 안 부회장은 ‘관리와 지키기’에 장점이 있다. 항공사업(제주항공) 진출, 수원역사 개발 등 애경그룹의 굵직한 사업이 두 사람의 보완적 리더십을 통해 빛을 봤다.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의 성공은 두 사람의 파트너십이 돋보인 대표 사례다. 2004년께 채 부회장이 갑자기 “항공업을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만 해도 안 부회장은 “잘할 수 있는 이유가 단 하나도 없다”며 반대했다. 초기 투자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가는 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에 맞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평소 항공산업에 관심이 컸던 채 부회장은 “제주도를 기점으로 하는 저비용항공사를 만들면 승산이 있다”며 밀어붙였다. 회사 설립 직후 채 부회장은 초기 사업의 고충을 감안해 평소 신뢰하던 안 부회장에게 항공사업경영을 맡기고 생활항공부문총괄 부회장 직함을 줬다.
채 부회장의 ‘전폭적 지원’ 약속에 안 부회장은 버틸 수 없었다. 마케팅 전문가 안 부회장은 생활용품 마케팅 기법을 항공사에도 접목시켜 보기로 맘먹었다.
제주항공은 회사 설립 1년6개월 만인 2006년 6월 첫 취항에 나섰다.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 탓에 2010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무더기 적자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던 안 부회장이 “사업을 접는 방안을 검토해봐야겠다”고까지 했지만 채 부회장은 “자금 걱정은 하지 말라”며 힘을 실어줬다. 제주항공을 지원하기 위해 면세점 사업을 팔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주항공은 정상궤도에 올라 애경의 간판사업이 됐고 업계에선 ‘국내 LCC의 개척자’라는 명성을 얻었다. 안 부회장이 사활을 걸고 도입한 펀(fun)·컬러·문화 마케팅은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지금은 어느 LCC를 타도 승무원이 승객에게 이벤트를 해주는 광경이 낯설지 않다. 채 부회장이 사업 진출을 결정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안 부회장은 일관된 마케팅 전략을 펴 제주항공 브랜드를 완성시켰다. (->제주항공의 성공 비결)
수원역사 백화점 개발 사업도 비슷한 과정으로 결실을 맺은 사례다. 2003년 애경그룹은 수원신역사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애경백화점 점포가 서울 구로에만 있던 시절이었다. 안 부회장은 이 사업을 말리고 또 말렸다. 자금도 부족하거니와 이 같은 개발사업은 해 보지 않았다는 것. 수원애경역사는 현재 매년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AK플라자의 주력 점포가 됐다. 이후 분당 AK플라자(옛 삼성플라자)를 인수하는 등 점포 수는 5개로 늘어났다.
믿고 맡기는 리더십
채 부회장은 부친이자 창업주인 채몽인 회장의 타계 후 일찌감치 기업가의 길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후 어머니인 장 회장이 이끌던 애경화학 애경산업 애경백화점 등을 두루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채 부회장은 주요 일정을 기록하지 않고 정확히 암기한다. 주요 계열사의 재무제표가 머릿속에 항상 있어 임원들이 진땀을 빼곤 한다. ‘천상 기업가 집안의 장남’이라는 평이 나온다. 채 부회장은 주요 항공기 제원을 암기할 정도로 숫자에 밝다. 스스로 “꼼꼼하지 않지만 디테일(세부 사항)에 밝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채 부회장은 부드러운 기업인이자 다정다감한 아버지다. 직원들을 부를 때 항상 ‘님’자를 붙인다. 그룹 총괄 최고경영자(CEO)로서의 권위를 좀체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식당에서도 음식을 가져오는 종업원에게 매번 ‘감사합니다’라고 공손하게 인사하는 게 습관으로 굳어져 있다. 집에서도 직접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쓰레기를 버린다. 집에서 설거지를 할 때도 많다고 자랑하듯 얘기한다.
애경의 강점은 가족경영이다. 오너 일가가 경영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기때문이라기 보다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회사가 정말로 성공하는 것’이라는 채 부회장의 소신 때문이다. 그는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 안 부회장은 “다른 기업들은 실적에 쫓겨 2~3년 만에 리더를 바꾸기도 하지만 나는 채 부회장 덕에 7년씩이나 같은 업무를 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채 부회장을 “빈 틈이 없는 전략가이자 매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기업가”라고 평한다. 신사업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이라는 것이다. “
사업을 벌일 때 기업가는 일반인에 비해 훨씬 더 강한 긍정적 사고를 가져야 합니다. 특히 신규사업은 양면을 다 갖고 있지만 부정적인 면만을 고려하다간 사업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채 부회장은 이점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경영자입니다.”
이에 대해 채 부회장은 “안 부회장이 없었다면 제주항공 사업이 이렇게 빨리 안착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파트너의 경영 수완을 한껏 치켜세웠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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