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눔의 미학

입력 2013-12-03 21:23   수정 2013-12-04 05:37

봉사는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더니
집짓기 봉사하며 간만에 청량감 느껴

조강래 < IBK투자증권 대표 ckr@ibks.com >



얼마 전 직원들과 함께 춘천으로 집짓기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함께 해달라는 직원들 요청에 흔쾌히 가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바쁘다는 핑계로 꽤 오랫동안 봉사활동은 필자의 ‘To Do List’에 오르지 못했다.

얼떨결에 나선 봉사활동에서 맡게 된 작업은 합판을 재단하고 벽면에 못으로 박아 붙이는 일. 벽면의 치수를 재고 합판을 자르고 망치질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지면서 내 손길에 따라 벽면이 조금씩 채워지고 모양을 갖춰나가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작업 중간중간 ‘이 집에는 누가 살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못질 하나하나에 더 정성을 쏟기도 했지만, 꽤 힘들었던 육체노동을 의욕적으로 해낼 수 있었던 더 큰 동력은 이 벽면을 다 채우고 말겠다는 다짐과 도전의식이었던 것 같다. 평소에 하지 않던 일에 대한 새로움, 오랜만에 해보는 ‘몸 쓰는 일’이 주는 성취감이 제법 컸다. 여기에 남을 위한 봉사라는 의미까지 더해지면서 느끼게 된 ‘따듯한 청량감’은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이었다.

오랜만의 육체노동은 당연히 몸을 고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몸으로 느낀 통증보다 마음으로 느낀 봉사활동의 따듯한 여운이 더 오래 남았다.

뒤풀이 자리에서 봉사단원 중 한 명이 들려준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주말에 백화점에 갔는데 한 노숙인이 추위를 피해 백화점으로 들어오더란다. 주위를 살피며 어릿어릿 자동회전문으로 들어선 노숙인이 그 안에서 넘어졌는데, 얼굴을 부딪쳤는지 입가에서 피가 나고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에 있던 누구도 선뜻 도우려 나서지 않았다고. 그 직원도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문득 노숙인 배식 봉사활동에서 만났던 분들이 떠올라 넘어진 분을 부축해 일으키고 백화점에서 치료를 받도록 도와주었다고 한다.

탈무드에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 뿌릴 때에 자기에게도 몇 방울 정도는 묻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나눔의 따듯함은 전염되고 그 여운은 오래 남아 주변을 훈훈하게 만든다.

조강래 < IBK투자증권 대표 ckr@ibks.c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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