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적이며 반복적인 압수수색 등은 또 그렇다 하더라도 수사 중 자살자가 속출하는 것은 더 용인할 수 없는 인권침해의 문제이기도 했던 터였다. 인권의 보루인 검찰에서 인권유린적 수사관행이 있다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표적을 정하고, 털어도 먼지가 안 나오면 주변을 온통 압박해 들어가는 별건수사에다 법의 잣대보다 상황적 판단을 우선시했던 것이 검찰의 민낯이었던 게 사실이었다. 정권교체기 같은 때는 재계 총수나 힘빠진 정무직들을 경쟁적으로 엮어넣으면서 소위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강압적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렇게 검찰의 파워가 과시됐던 측면이 있었다. ‘겸허한 검찰’이 개혁의 요체라고 김 총장이 거듭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국가 안보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강조한 부분도 일반 국민으로서는 모처럼 들어보는 반가운 단어들이다. 국정원과 싸우고 경찰과 다투느라 공공의 안전은 도대체 실종상태였던 것이 지난 수년의 검찰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건은 총장의 초지일관하는 의지요, 일선 검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이다. 채동욱에서 윤석열에 이르기까지 검찰 스스로가 흙탕물의 주인공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검찰조직을 물들인 정치오염 때문일 것이다. 이 흙탕물을 조용히 가라앉히는 것도 김 총장에게 주어진 큰 임무의 하나다. 다행히 김 총장은 정치색이나 당파성으로부터 자유로운 대쪽 같은 성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검찰의 변화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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