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모두 한때는 '쓰레기'였습니다

입력 2013-12-03 21:36   수정 2013-12-04 04:01

'업사이클링'이 뜬다

친환경 소비 증가로 가구 등 재활용 인기
국내 업체 주문 늘고 코오롱FnC도 시장 참여



[ 김희경 기자 ]
‘패브리커’의 공동대표인 김동규, 김성조 디자이너는 전국 각지의 의류 공장을 다니며 작품 소재를 구한다. 이들이 찾는 것은 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이나 버려지는 재고다. 쓸모없는 천 조각이 이들의 손을 거치면 독특한 디자인의 가구와 조명으로 재탄생한다. 폐목조 제품에 천을 2000장 이상 덧댄 뒤 섬유 코팅제로 쓰이는 ‘에폭시’를 바르면 단단한 재질의 가구가 된다. 한 번 입고 버려진 웨딩 드레스를 활용해 꽃 모양을 만든 후 빛을 투영시키면 조명으로 거듭난다. 폐품이나 재고를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업사이클링 시대 열린다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윤리적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업사이클링 산업이 뜨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을 합친 말이다. 버려진 물품을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색다른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더해 높은 가치의 제품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20~30년 전부터 업사이클링 작품들이 대거 나왔다. 한국에선 2006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폐품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 크게 확산되지는 못했지만 최근 들어 인식이 차츰 개선되고 정부 지원도 늘어나면서 업사이클링 전문업체들이 잇따라 생기고 있다.국내 업사이클링 전문업체는 10여개 정도고 업사이클링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업체는 20여개에 달한다. 지난 10월엔 한국업사이클링디자인협회도 출범했다.

○다양한 소재 활용

업사이클링 작품 소재는 다양하다. ‘에코스톤(사장 한기웅)’은 대리석 채석장에서 가공 후 버려지는 폐석재로 업사이클링을 하고 있다. 폐석재로 친환경 소재인 ‘폴리머콘크리트’를 개발해 공원 벤치, 야외용 스피커 박스 등을 만들고 있다. 에코스톤 제품들은 충남 서산시 중앙호수공원, 강원대 등에 설치돼 있다. ‘어린농부(사장 정금자)’는 쓰고 버려진 소방호스와 타이어로 가방 지갑 신발 등을 만들었다. ‘리블랭크(사장 채수경)’ 역시 가죽 소파, 옥외 텐트 등에 쓰이는 방수천 ‘타폴린’을 소재로 가방과 지갑을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는 만든 지 3년 이상 된 재고들을 새롭게 디자인한 의류 브랜드 ‘래코드’를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이니스프리’도 화장품 원료로 쓰고 남은 귤 껍질 등으로 종이를 만들고 이를 제품 포장지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도 업사이클링 산업 지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지난해부터 업사이클링 산업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작년과 올해 연이어 각각 1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양재원 산업부 디자인생활산업과 주무관은 “업사이클링 현황과 성장 가능성 등을 철저히 조사하는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며 “업사이클링 업체의 마케팅을 적극 돕고 국민의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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