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호 기자 ] 롯데면세점은 최근 울산 진산면세점, 충북 청주 중원면세점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브랜드 유치를 지원하고 고객관리 노하우를 전수 중이다. 신라면세점은 대전 신우면세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역시 브랜드 유치와 상품 배치 등을 돕고 있다. 대기업 계열 면세점이 중소 면세점 지원에 적극 나선 것은 ‘상생경영’을 위한 것이긴 하다. 그러나 대기업 면세점의 운명이 중소 면세점 존폐에 의해 결정되는 ‘웃지 못할 경영환경’도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시행된 관세법 시행령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기업(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이 특허 수(점포 수)를 기준으로 60%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이 전체의 20% 이상 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령은 또 2018년부터는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비율이 30% 이상 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 대기업 면세점의 점포 수는 현재 19개로 전체(36개)의 52.8%를 차지하고 있다. 당장 점포 수 제한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60% 규정 때문에 신규 점포를 내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중견 면세점이 문을 닫는다면 대기업 면세점은 자연스럽게 점포 수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이 경우 가만히 있어도 60% 룰에 걸린 대기업 면세점은 점포 수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면세점의 이런 걱정을 기우로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와 올해 면세점 특허를 받은 11개 중소·중견기업 중 4곳이 사업권을 반납했다.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어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상품 매입 등에 필요한 투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
외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대기업 면세점 규제의 허점으로 지적된다. 세계 2위 면세점 듀프리의 관계사 듀프리 토마스줄리코리아는 지난 10월 중소·중견기업으로 입찰 자격이 제한된 김해공항 면세점 DF2 구역 운영자로 선정됐다.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매장 면적을 기준으로 대기업 면세점을 규제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해 업계를 더 긴장시키고 있다. 개정안은 면적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 면세점 비중을 50%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기업 면세점의 매장 면적은 전체의 75%에 달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내년 특허가 만료되는 신라면세점 서울점과 신제주점 등이 중소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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