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주소체계가 '일제 잔재'? 도로명주소 탄력받나?

입력 2013-12-05 16:02  

#사당동에 사는 김철호씨는 다음달(2014년 1월 1일) 전면 시행되는 '도로명 주소'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100년 동안 사용한 주소를 왜 굳이 바꾸려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현재 쓰고 있는 주소방식이 일제 잔재라는 사실을 알고 생각을 바꿨다.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도로명 주소의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이 절실한 가운데, 국민들에게 현재 쓰고 있는 주소방식인 지번주소가 일제 잔재라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안정행정부에 따르면 현재 쓰는 지번 주소는 1918년 11월 조선총독부의 중추원 부의장으로 일하고 있던 이완용이 실시한 조선 전국의 토지마다 번호(지번)을 부여하고 소유자를 조사하는 토지조사사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조선총독부는 우리나라 전국토의 40%에 해당하는 임야와 전답에 대해 ‘주인이 없는 토지’라고 선언하고 차지할 수 있었다.

조선총독부는 이 땅을 일본에서 건너온 일본인들에게 무상 또는 싼 값으로 불하해 일본인 대지주를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일제는 조선에 대해 수탈경제의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이후 조선총독부는 토지조사 사업으로 만든 지번을 호적부 주소로 사용했고 100년 동안 사용하게 됐다.

일제가 지번주소를 시행하기 이전의 우리나라 주소 방식은 토지가 아닌 건물(집)을 기반으로 했다. 조선의 헌법에 해당하는 경국대전에 따르면 조선의 주소체계는 통호제였다. 5개의 집을 하나의 통(統)으로 묶고 각 집마다 호(號)를 부여한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에 있던 옛 집 주소는 ‘한성부 찬성방 우교계 5통 3호’ 등으로 표기했다.

특히 지번 주소는 건물이 위치한 순서에 따라 부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속성이 없다. 우리가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없이 주소 하나만 가지고 집을 찾으려고 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도 1962년부터 지번주소가 아닌 도로와 건물 중심의 주소 방식으로 전환했다.

따라서 보다 쉽게 자기 집의 현재 주소를 도로명 주소로 바꾸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금융이나 유통회사 등 주요 업체들이 실수로 주소를 잘못 입력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편하게 주소변경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KT무빙(ktmoving.com) 주소변경서비스에 들어가 새주소를 기업에 통보하면 쉽고 빠르게 변경 할 수 있다. 자기 집 도로명주소는 도로명안내시스템(juso.g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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