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층간 소음' 피해 배상 기준 첫 도입
중앙환경분쟁조정委 이르면 내년 2월부터
피해자 신고하면 24시간 측정…최대 3년치 배상
2005년 이전 시공허가 아파트는 '소음'기준 완화
[ 세종=김주완 기자 ]
내년부터 오후 10시 이후 아래층에서 느끼기에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정도의 소음을 내며 아이들이 세 번만 뛰어다녀도 월 7만4400원, 연간 89만2800원의 배상액을 지불해야 한다. 또 밤에 망치질을 하는 정도 이상의 소음을 낼 경우에는 배상액이 할증된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배상액 산정 기준을 처음으로 마련한 데 따른 것이다.
◆소음 피해 기준 2배 이상 강화
5일 환경부에 따르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달 15일 관련 부처, 업계,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함께 ‘공동주택 내 층간 소음 평가 및 배상액 산정기준’ 공청회를 열고 새 소음 기준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와 배상액 산정 기준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환경부는 이 기준을 대부분 수용해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층간 소음 피해 기준’ 변경에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6월 아파트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 소음 피해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사람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뜻하는 ‘수인(受忍)한도’ 기준을 기존 ‘5분 평균으로 낮 55dB(데시벨·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 이상, 밤(오후 10시~오전 5시) 45dB 이상’에서 ‘1분 평균으로 낮 40dB 이상, 밤 35dB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것. 진공청소기 소음과 접시가 바닥에 떨어질 때 나는 소리가 35dB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야간에 아래층에서 이런 정도의 소음을 느낄 경우 위층이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환경부는 또 이번에 ‘최고 소음도 기준’을 새로 추가해 1분 평균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주간 55dB, 야간 50dB’을 넘어도 피해를 본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50dB은 성인이 실내에서 점프할 때의 소음 크기다.
◆노후 공동·연립주택은 기준 완화
배상액은 기준 소음도 초과 횟수, 기준 소음도 초과 정도, 피해 기간, 피해자 수 등을 따져 종합적으로 산정한다. 특히 1분 평균 소음도를 초과할 경우는 최고소음도를 어길 때보다 2배의 가중치를 주기로 했다. 또 피해자 수 평가값은 기본을 1로 잡고 한 명씩 추가될 때마다 0.8, 0.6, 0.4를 더한다. 피해 기간은 월단위로 피해자와 피의자가 함께 산 기간으로 산정한다. 피해 기간이 1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피해 기간 평가값을 1로 계산한다. 다만 피해 산정 기간은 최대 3년이다. 피해 배상 판결을 받고 가해자가 배상액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는 민사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 배상액 지급 기간을 어기면 추가로 이자도 내야 한다.
다만 2005년 이전 시공허가를 받은 공동주택 등에 대해선 실제 배상액을 산정할 때 적용기준을 완화해주는 보정치를 넣기로 했다. 배상 대상 소음 기준이 1분 평균 ‘낮 45dB 이상, 밤 40dB 이상’으로 완화된다는 얘기다. 수인기준 35dB은 통상적인 심야 침실의 소음도(30dB)와 5dB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배상액 산정 기준 연구를 맡은 박영환 한국소음진동기술사회 이사는 “국내 주택의 90% 이상이 보정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추가 보정인자를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정치가 적용된 아파트에서 아이들이 오후 10시 이후 1분 동안 세 번 이상 뛰어다닐 경우 평균소음도 40.2dB, 초과 횟수 세 번, 피해 기간 1년, 피해자 수 3명을 전제로 하면 총 배상액은 89만2800원이 된다. 이보다 소음이 더 심한 경우(평균 소음도 야간 42.4dB, 최고 소음도 주간 62.6dB 6회, 야간 66.1dB 6회, 피해 기간 1년, 피해자 수 3명)에는 배상액이 무려 433만4400원에 달할 전망이다.
2회까지는 주의·경고조치
소음 피해 배상액 요청은 중앙 및 지방환경분쟁위원회, ‘층간 소음 이웃사이센터’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신고를 받은 해당 기관은 소음 전문가를 피해 주택에 보내 24시간 동안 측정한다. 한 번 측정한 데이터는 피해 기간 모두에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은 5분 정도만 측정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소음이 수인한도를 초과한다고 해서 바로 배상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음기준 2회 초과까지는 주의와 경고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바로 배상절차에 들어갈 경우 공동주택에 같이 사는 사람들의 갈등이 너무 심해질 수 있는 만큼 사전에 대화할 수 있는 완충기간을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박람회장 발칵'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 등장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
중앙환경분쟁조정委 이르면 내년 2월부터
피해자 신고하면 24시간 측정…최대 3년치 배상
2005년 이전 시공허가 아파트는 '소음'기준 완화
[ 세종=김주완 기자 ]
내년부터 오후 10시 이후 아래층에서 느끼기에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정도의 소음을 내며 아이들이 세 번만 뛰어다녀도 월 7만4400원, 연간 89만2800원의 배상액을 지불해야 한다. 또 밤에 망치질을 하는 정도 이상의 소음을 낼 경우에는 배상액이 할증된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배상액 산정 기준을 처음으로 마련한 데 따른 것이다.
◆소음 피해 기준 2배 이상 강화
5일 환경부에 따르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달 15일 관련 부처, 업계,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함께 ‘공동주택 내 층간 소음 평가 및 배상액 산정기준’ 공청회를 열고 새 소음 기준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와 배상액 산정 기준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환경부는 이 기준을 대부분 수용해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층간 소음 피해 기준’ 변경에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6월 아파트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 소음 피해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사람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뜻하는 ‘수인(受忍)한도’ 기준을 기존 ‘5분 평균으로 낮 55dB(데시벨·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 이상, 밤(오후 10시~오전 5시) 45dB 이상’에서 ‘1분 평균으로 낮 40dB 이상, 밤 35dB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것. 진공청소기 소음과 접시가 바닥에 떨어질 때 나는 소리가 35dB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야간에 아래층에서 이런 정도의 소음을 느낄 경우 위층이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환경부는 또 이번에 ‘최고 소음도 기준’을 새로 추가해 1분 평균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주간 55dB, 야간 50dB’을 넘어도 피해를 본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50dB은 성인이 실내에서 점프할 때의 소음 크기다.
◆노후 공동·연립주택은 기준 완화
배상액은 기준 소음도 초과 횟수, 기준 소음도 초과 정도, 피해 기간, 피해자 수 등을 따져 종합적으로 산정한다. 특히 1분 평균 소음도를 초과할 경우는 최고소음도를 어길 때보다 2배의 가중치를 주기로 했다. 또 피해자 수 평가값은 기본을 1로 잡고 한 명씩 추가될 때마다 0.8, 0.6, 0.4를 더한다. 피해 기간은 월단위로 피해자와 피의자가 함께 산 기간으로 산정한다. 피해 기간이 1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피해 기간 평가값을 1로 계산한다. 다만 피해 산정 기간은 최대 3년이다. 피해 배상 판결을 받고 가해자가 배상액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는 민사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 배상액 지급 기간을 어기면 추가로 이자도 내야 한다.
다만 2005년 이전 시공허가를 받은 공동주택 등에 대해선 실제 배상액을 산정할 때 적용기준을 완화해주는 보정치를 넣기로 했다. 배상 대상 소음 기준이 1분 평균 ‘낮 45dB 이상, 밤 40dB 이상’으로 완화된다는 얘기다. 수인기준 35dB은 통상적인 심야 침실의 소음도(30dB)와 5dB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배상액 산정 기준 연구를 맡은 박영환 한국소음진동기술사회 이사는 “국내 주택의 90% 이상이 보정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추가 보정인자를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정치가 적용된 아파트에서 아이들이 오후 10시 이후 1분 동안 세 번 이상 뛰어다닐 경우 평균소음도 40.2dB, 초과 횟수 세 번, 피해 기간 1년, 피해자 수 3명을 전제로 하면 총 배상액은 89만2800원이 된다. 이보다 소음이 더 심한 경우(평균 소음도 야간 42.4dB, 최고 소음도 주간 62.6dB 6회, 야간 66.1dB 6회, 피해 기간 1년, 피해자 수 3명)에는 배상액이 무려 433만4400원에 달할 전망이다.
2회까지는 주의·경고조치
소음 피해 배상액 요청은 중앙 및 지방환경분쟁위원회, ‘층간 소음 이웃사이센터’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신고를 받은 해당 기관은 소음 전문가를 피해 주택에 보내 24시간 동안 측정한다. 한 번 측정한 데이터는 피해 기간 모두에 그대로 적용된다. 지금은 5분 정도만 측정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소음이 수인한도를 초과한다고 해서 바로 배상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음기준 2회 초과까지는 주의와 경고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바로 배상절차에 들어갈 경우 공동주택에 같이 사는 사람들의 갈등이 너무 심해질 수 있는 만큼 사전에 대화할 수 있는 완충기간을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박람회장 발칵' 주식 자동매매 프로그램 등장
▶ 별장으로 쓰면서 은행이자 3배 수익 받는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