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일 / 장창민 기자 ]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쌍용건설(사진)이 생존 위기에 처했다. 군인공제회가 최근 신청한 가압류 조치에 따라 쌍용건설은 공사비를 받지 못할 뿐 아니라 협력 업체들에 공사대금도 주지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며칠 안에 쌍용건설의 국내외 공사현장은 모두 중단될 전망이다. 채권단의 추가 지원 합의가 결렬될 경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라는 최후의 선택만 기다리고 있다.
○채권단 “가압류는 다 같이 죽자는 것”
군인공제회는 지난 2월 쌍용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경기 남양주 아파트 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850억원과 이자를 합한 1230억여원의 상환을 요구해 왔다. 채권단에 속하지 않는 군인공제회는 ‘가압류 조치’를 통해 대출금 회수에 나섰다. 채권단은 “당장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아간다면 쌍용건설의 회생이 어렵다”며 “원금 회수를 미루고 채권단처럼 이자를 탕감해 달라”고 군인공제회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군인공제회는 “당초 원금 절반의 상환을 늦추고 연체이자도 적정 수준 낮춰주는 방안을 협의해 왔다”며 “하지만 채권단이 원금까지 출자전환을 요구해와 어쩔 수 없이 가압류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군인공제회가 가압류 신청을 한 것은 모두 같이 죽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쌍용건설에 대한 향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조만간 채권금융기관회의를 소집해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권단 중 일부는 쌍용건설에 법정관리 신청을 요구해온 상황이다. 군인공제회 등 비협약채권자들이 워크아웃에 협조하지 않는 데다 대규모 추가 출자전환, 신규 자금지원 등에 대한 부담이 큰 탓이다. 채권단은 또 김석준 회장 퇴진도 주장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더 이상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 정상화 작업이 힘들어져 법정관리 신청을 검토해 봐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양측 한발씩 양보를”
쌍용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채권단과 협력업체는 물론 군인공제회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 해외공사 계약의 대부분은 ‘기업회생절차’를 파산과 마찬가지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해외 금융사들과 발주처·협력업체들이 모조리 채권 회수에 나서 수주가 취소되는 건 물론 선수금 등을 모두 돌려줘야 할 가능성이 높다. 쌍용건설이 보유한 자산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 매출채권도 제대로 회수하기 힘들 전망이다.
법정관리 후 쌍용건설의 해외 사업이 재기불능에 빠진다면 채권단의 주식가치도 대폭 하락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은행과 군인공제회의 대출도 회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업체의 연쇄 피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쌍용건설이 협력업체들에 발행한 어음만 수천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을 좀 더 회수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일/장창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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