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불편 덜게 2가지 검사 한 번에…지멘스 영상 의료기기 진화 계속"

입력 2013-12-05 21:16   수정 2013-12-06 04:12

헤르만 레카르트 지멘스헬스케어 회장

고령화 추세 빨라지면서 신속한 진단 더 중요해져
한국 의료비 GDP의 7%…관련 시장 급성장 할 것



[ 이준혁 기자 ] “최근 의료영상산업 분야의 화두는 수익성과 함께 환자에 대한 질적인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향상시킬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X레이나 CT(컴퓨터단층촬영)를 얼마나 많이 찍느냐보다 효율성, 예컨대 멀티케어가 가능한지가 더 중요합니다. 환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미국 시카고 북미방사선학회(RSNA)에서 만난 헤르만 레카르트 지멘스헬스케어 회장(사진)은 “대형 병원들마저 적자를 많이 낼 정도로 의료 산업이 세계적으로 힘든 시기”라며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령화가 빨라지고 암이나 만성질환을 의료영상으로 조기 진단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지멘스헬스케어는 세계 의료영상기기 판매량의 36%를 차지하는 글로벌 선도기업이다. 세계 각국의 의료기관에 깔린 CT와 MRI(자기공명영상장치)가 지난해 기준 5만여대가 넘는다. 이를 통해 한해 7500만명이 암, 뇌졸중, 심장병 진단을 받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26조원이었다.

레카르트 회장은 “의료영상장비의 생명은 속도와 융합에 있다”며 “환자들에게 방사선 피폭량이 적게 가도록 가능한 한 빨리 찍으면서 두 개 이상의 다른 검사를 하나로 묶어 끝내는 ‘하이브리드’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치료가 아닌 예방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며 “앞으로 질병 진단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야 (헬스케어산업)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리학 교수 출신이면서 철학 박사 학위까지 갖고 있는 레카르트 회장은 “글로벌 헬스케어 업체들이 아시아권의 급성장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비중은 미국(17.7%), 독일(11.4%) 등이 가장 크지만 한국(7.2%)이나 중국(5.2%)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레카르트 회장은 지난해 한국이 처음 의료비 7%대를 돌파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은 초음파 의료기기의 세계적인 중심지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멘스코리아는 2002년 경기 성남을 비롯한 세 곳에 초음파사업부를 세우고 자체 개발한 초음파 기기를 수출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물량의 60%가 한국에서 만들어진다. 매출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지멘스 현지법인 중 매출 규모로만 9위로 치고 올라갔다. 2011년 13위에서 4단계 급상승한 결과다.

레카르트 회장은 “앞으로 의료기기 혁신은 신기술 개발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융합 기술을 통해 질병 진단의 속도를 줄여주는 것”이라며 “이제 폐나 심장 CT는 환자가 숨 한번 참으면 모든 촬영이 끝날 정도로 빨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머지않아 세포 수준까지 들여다보는 ‘바이오 이미지’가 미래 의료영상 분야의 새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의료산업이라고 해서 테크놀로지 개발에만 매달려서는 안되고, 질병 트렌드와 건강관리문화를 내다보는 의학과 인류학의 융합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시카고=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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