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 이끈 김원홍과 한광상 재정부부장 등 실세로
김정은 패밀리도 위상 변화…여동생 김여정 주목
[ 조수영 기자 ]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 이후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주목받고 있다. 장성택의 실각 이후 북한 권부 내 ‘장성택 물빼기’ 작업이 진행되면서 장성택 측근 숙청을 주도한 조직지도부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5일 “공개처형 당한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의 측근 이용하 당중앙위원회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은 ‘월권’과 ‘분파행위’,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거부’ 등 세 가지 죄목이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은 “이들은 ‘장성택 뒤에 숨어서 당 위의 당으로, 내각 위의 내각으로 군림하려 했다’고 비판받았다”며 “이들이 ‘경제과업 관철 및 군사 분야에까지 관여하려 책동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용하와 장수길의 반당 혐의에 대한 조사는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연히 김원홍과 당 조직지도부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을 살펴보면 권력 실세의 변화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북한 매체는 지난달 30일 김 제1위원장이 삼지연군의 학생소년궁전, 국수집 등을 시찰했다며 수행자로 김원홍과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 박태성·황병서·김병호·홍영칠·마원춘 부부장을 소개했다. 당 자금과 재산을 관리하는 핵심 부서인 재정경리부 수장인 한광상은 2010년 1월 제1부부장으로 북한 매체에 등장한 뒤 2012년 봄 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성은 작년 8월부터 김정은의 평양 창전거리 시찰 때 이름을 알리고 나서 1년이 지나지 않아 단골 수행자로 자리 잡았다.
기계공업부 소속으로 추정되는 홍영칠은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단행한 직후인 올 2월21일 북한 매체에 수행자로 등장하고 나서 군부대 시찰이나 기계공장 현지지도를 많이 따라다니고 있다.
재정경리부 부부장으로 알려진 마원춘은 ‘백두산 건축연구원’ 출신 건축전문가로 인민야외빙상장 등 건설현장 시찰에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김씨 패밀리’ 내의 위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당비서는 건강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김정은 체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친형인 김정철은 현재 별다른 공식 직함이 없다. 김정철보다는 올해 26세인 여동생 김여정이 노동당이나 국방위원회 등에서 중요한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여정은 현재 국방위 과장 직책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장성택의 조카인 장용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 가족 일행과 누나인 장계순 일가족이 이날 베이징 공항에서 고려항공편으로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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