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 줄이기 백태] 만기 예금 안 찾고…수수료 물고 펀드 환매…증여로 빠져나가

입력 2013-12-06 21:00  

2000만원 넘으면 중과

稅테크 기본은 '만기시점 분산'
비상장 中企 주식 배당 포기도



[ 김일규 기자 ]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한 거액 자산가들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올해부터 개인의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을 근로소득 임대수익 등과 합산해 종합소득세율(최고 38%)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대상이 되는 사람은 종전 5만명에서 2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란 게 정부의 추산이다.

이들의 절세 방법은 과세 기준(2000만원 초과)이 될 금융소득이 확정되기 전에 이를 줄이는 것으로 요약된다. 금융소득이 집중되지 않도록 수입 시기를 분산하거나 증여 등을 통해 수익자를 분산하는 방식이다. 비과세·분리과세 상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예금, ‘안 찾거나 미리 빼거나’

거액 자산가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세테크는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을 찾지 않거나 중도에 해지함으로써 이자소득을 줄이는 것이다. 최근 하나은행의 한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찾은 자영업자 A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A씨는 월세 약 1000만원이 들어오는 상가와 만기에 이자가 지급되는 7억2000만원 상당의 정기예금이 있다. 만기가 되는 연말에 예금을 찾을 경우 이자소득이 2160만원으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기준금액을 넘는 160만원에 대해 약 10%의 세율이 적용돼 16만원가량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A씨는 PB의 조언에 따라 지난달 말 이 예금을 해약했다. 올해 확정될 금융소득은 1980만원으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아슬아슬하게 빠지게 된다. 또 세무당국의 자금 출처 조사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 김영림 하나은행 세무사는 “거액 금융자산이 있다면 여러 예금 상품에 분산 예치하고, 만기 시점도 연도별로 나누는 것이 종합과세를 피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물고 대상에서 빠져

올해가 아니라 내년에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거액 자산가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내년 금융소득을 2000만원 미만으로 줄이려면 금융소득의 일부를 올해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B씨는 2011년 1월, 3년 만기 주가연계증권(ELS)에 1억원을 넣었다. 조기 상환 기회가 매번 무산돼 내년 1월 만기 상환될 예정이다. 문제는 주가 수준을 감안할 때 만기 상환 시 한 번에 2100여만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B씨는 최근 이 상품을 중도 환매했다. 환매수수료 5%가 적용돼 수익은 1600만원으로 줄었지만 올해와 내년 모두 과세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과장은 “ELS는 일반적으로 만기가 3년이어서 조기 상환이 되지 않을 경우 만기에 ‘이자 폭탄’을 맞을 수 있다”며 “환매수수료를 부담하는 방법으로 금융소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거액 자산가 “증여로 빠지겠다”

올해 꼼짝없이 세금을 물게 된 거액 자산가들은 비과세 한도 내에서 가족에게 증여를 하려는 움직임이다.

C씨는 근로소득이 2억원이지만 금융자산이 20억원이나 된다. 연 3% 금리를 감안해도 금융소득이 6000만원에 달한다. 2000만원에 대한 이자소득세와 4000만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때문에 내년에 내야 할 세금이 1848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C씨는 내년 초 배우자와 자녀에게 비과세 한도인 6억원과 3000만원을 각각 증여하기로 마음먹었다. PB와 상담한 결과 증여 후 본인에게 남은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4110만원)과 배우자 수익(1800만원), 자녀 수익(90만원) 등을 감안하면 세금이 1411만원으로 437만원을 절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국 외환은행 세무사는 “거액 증여는 연초에 하는 것이 연간 금융소득을 분산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미 비과세 한도를 넘겨 증여했다면 양수도 계약을 맺고 예금을 파는 방법도 있다. 비상장 중소기업 주식을 가진 주주들은 배당소득을 줄이기 위해 차등 배당을 요구하거나 배당을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게 PB들의 전언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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