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호 기자 ]
소액주주운동을 주가조작에 활용한 ‘꾼’들이 잇달아 검찰에 구속된 데 대해 증권업계에선 ‘터질 일이 터진 것’이란 평가가 일반적이다. 국내 소액주주운동은 선진국과 달리 몇몇 개인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에 악용 소지가 다분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소액주주운동이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기관투자가들의 역할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증시에서 소액주주운동은 주로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이뤄진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간접투자 비율이 80% 이상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2006년 등장한 ‘장하성 펀드’가 기관투자가 중심의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 펀드는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는 재계의 반발과 ‘정당한 주주 권리’라는 소액주주들의 주장을 둘러싼 논란만 촉발시키고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대부분의 소액주주운동은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외에도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사회형’ 소액주주운동, 네비스탁처럼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기업형’ 소액주주운동 등도 국내 소액주주운동의 축을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액주주운동의 폐해를 막고 증시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려면 기관투자가들이 스스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액주주가 많은 증시는 투기 성향을 보이기 쉬운 만큼 이를 막기 위해선 간접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변호사는 “국내 소액주주운동이 다양해지면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지만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일명 ‘선수(개인)’들에 의해 주도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활동을 벌이는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우리나라는 개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시장을 갖고 있어 소액주주운동도 변질되는 등 자본시장이 다소 투기적 형태를 보인다”며 “이는 기관투자가가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기관들은 항상 매수 리포트만 내고 있는데 독립성과 전문성을 더 확보해야 개인들이 믿고 간접투자로 전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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