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두바이, '금융허브 꿈' 출발은 같았는데…

입력 2013-12-08 20:41   수정 2013-12-09 04:02

인사이드 Story - '금융허브 꿈' 출발은 같았는데…

법률 정비·규제완화 속도가 희비 갈라



[ 이상은 기자 ]
#1. 2003년 12월, 한국 정부는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발표했다. 2015년까지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은 아시아 3대 금융허브를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2. 2004년 9월 두바이 정부는 두바이를 세계적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다른 중동 국가와 달리 석유를 거의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세계 6위 금융허브가 된 두바이

한국과 두바이가 ‘금융허브’를 선언한 시기는 엇비슷했다. 10년가량 지난 지금 진행 상황은 정반대다. 세계 국제금융센터(IFC)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두바이는 총 53개 IFC 중 6위에 랭크됐다. 뉴욕 런던 싱가포르 프랑크푸르트 홍콩 다음이다. 파리 취리히 도쿄 룩셈부르크 등은 이미 제쳤다. 2004년 이슬람권 최대 금융허브였던 쿠알라룸푸르(35위)는 멀찌감치 따돌렸다.

세계적인 금융회사들 가운데 두바이에 진출하지 않은 곳은 별로 없다. 세계 25대 은행 중 웰스파고 RBS BoA-메릴린치 로이즈 등 21곳이 두바이에 둥지를 틀었다. 자산운용사들 가운데는 블랙록 푸르덴셜 나티시스 등 상위 20곳 중 11곳, 보험사 중에선 상위 10곳 중 8곳, 로펌은 상위 15곳 중 8곳이 각각 진출해 있다.

○외국회사 빠져나가는 한국

한국은 그 반대다. 글로벌 금융회사들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서울이나 부산에 둔 곳은 없다. 앞으로 두겠다고 약속한 곳도 없다.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서울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ING생명과 아비바생명도 한국 사업을 접기로 했다. HSBC는 한국 내 소매금융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물론 한국과 두바이의 상황은 다르다. 두바이는 신흥 투자처로 떠오르는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지역의 중간에 있다. 경쟁자도 별로 없다. 한국은 다르다. 이미 홍콩 싱가포르 도쿄 상하이가 금융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을 제치려면 법과 규제환경은 물론 언어 문화 거주환경까지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은 ‘의지’가 부족했다는 게 금융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한국은 금융허브를 키울 각오가 돼 있지 않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수업료(손실)를 내야 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데 금융당국부터 손사래를 친다”고 지적했다.

○의지와 노력이 희비 갈라

두바이는 한국과 달랐다. 1990년대부터 경제자유구역을 운영해 온 두바이는 ‘런던에서 금융활동을 하는 것과 두바이에서 하는 것이 똑같도록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금융자유구역인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를 만들었다. DIFC는 그 아래 행정·사법·감독기구를 다 두고 있는 일종의 미니 정부다. 이어 자치법 제정, 세금 감면, 각종 규제 완화사항을 담은 법률을 내놨다. 자본시장통합법을 발표할 때까지 4년여를 끈 한국과 대조적이다.

영미계 판례법을 따르게 해 법률 리스크를 없애는 데 주력하고 국제적으로 저명한 판사를 위촉해 서구권 금융사가 이슬람 법률을 검토하느라 고민할 필요가 없게 했다.

제프리 싱거 DIFC 대표는 “법이 확실하고, 정부 기업이 투명하게 운영되며, 합리적인 이민 정책을 가져야 해외에서 투자받을 수 있다”며 “이런 원칙을 견지한 덕분에 금융허브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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