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쓸쓸한 재벌가 사위, 누구 … 사위 사랑은 '옛말'

입력 2013-12-10 14:48   수정 2013-12-10 23:47

[이지현 / 강지연 기자] 재벌가에서 ‘백년손님'은 통용되지 않는다. 동양그룹을 시작으로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애경그룹 등 재벌가 사위들이 잇따라 안방을 꿰차면서 '사위 경영'이 주목을 받았다. 능력을 인정받는 사위들이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아들에게 물려준 회사보다 사위에게 물려준 회사가 더 잘 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재벌가의 '사위 사랑'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 처가 외면(?)에 씁쓸한 사위들

'1호 사위 경영인'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은 지 25년 여 만에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현 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회장의 맏사위다.

그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 계열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또 동양증권 임원 절반을 보직 해임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 회장은 자금난으로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한 동양그룹을 살리기 위해 고 이 회장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둘째 사위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외면당했다. 장모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은 오리온 지분 2.7%를 동양네트웍스에 증여키로 했지만 아직도 증여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은 공들여 키워 놓은 알짜 사업을 처남에게 넘겨줬다. 하이스코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냉연사업을 현대제철이 가져가면서 하이스코 몸집은 3분의 1로 쪼그라들게 됐다. 현대제철은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운영한다.

일각에서는 사위가 공들여 키운 사업을 아들에게 넘겨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회사 살림 어쩌나…눈치 보는 사위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첫째, 둘째 사위는 올 들어 부진한 경영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도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재 자리에 오른 지 2, 3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

올해 회사 실적마저 전망치를 밑돌자 표정이 밝지 못하다.

둘째 사위인 김재열 사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실적 악화로 3분기까지 1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한 단계 내렸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연초 16만 원대였던 주가는 지난달 5만 원대까지 추락했다.

결국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혁신전문가들을 긴급 투입했다. 삼성이 부실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다른 계열사 직원을 긴급 투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맏사위인 임우재 부사장이 있는 삼성전기도 상황은 마찬가지. 증권가에선 삼성전기의 실적 부진 우려에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췄다. 증권 전문가들은 삼성전기의 올해와 내년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PC와 TV의 수요 부진, 원화 강세 등이 삼성전기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면서 대응할 만한 사업를 찾지 못했기 때문. 삼성전기는 대체 수단으로 휘어지는 터치패널, 무선충전기 분야에 힘을 쏟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화된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한경닷컴 이지현·강지연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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