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차별 금지법 준수" 불구…나이든 졸업자는 내심 못마땅
[ 공태윤 기자 ] 대학생들이 졸업을 늦춰가며 취업에 매달리면서 기업 신입사원들의 연령도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공채 때 졸업자와 재학생의 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졸업 후 6개월 또는 1년 이내 등 내부 기준을 두고 있고, 졸업한 지 2년 이상 지나면 사유를 꼬치꼬치 물어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상반기 주요 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나이를 조사한 결과 남성은 평균 33.2세, 여성은 28.6세로 나타났다. 1998년 조사에서 평균 25.1세(남녀 구분 없음)였던 것에 비하면 신입사원의 나이가 남녀 모두 많아진 것이다.
한 대기업 채용담당자는 “최근 신입사원의 대표적인 특징은 30대가 많아진 것”이라며 “여성 입사자들도 대학 5년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늙은 신입사원’이 늘면서 기업들도 고민이 많아졌다. 가장 큰 문제는 호칭이다. 대기업 D사 채용 담당자는 “신입사원 나이가 대리급과 비슷한 경우가 많아 입사 선배인 대리들이 업무 지시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로 인해 선후배 사이에 대화와 소통이 단절되기도 한다.
‘고용상 연령 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은 연령뿐 아니라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에 대해서도 전혀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 인사 관계자는 “지원자에 관한 모든 정보를 가린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기 때문에 지원자가 학생 신분인지, 졸업자인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졸업 후 6개월 이내까지만 공채 지원이 가능하다는 대학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직무능력검사(SSAT)를 여러번 응시하면 통과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학생들이 계속 도전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입사지원에 ‘3진아웃제’를 시행 중이다. 한 기업에 세 번까지 지원할 수 있으나 네 번째는 지원이 안된다.
다른 기업들도 표면적으로는 차별이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졸업생에게 어느 정도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조직 내 융합이 어렵다고 봐서 나이든 지원자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나름대로 가이드라인을 갖고 합격자를 추려내고 있다는 얘기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조사한 인사담당자가 생각하는 신입사원의 적정 나이는 남자 28.4세, 여자 25.1세로 나타났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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