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 잠자고 있는 기술 모아 기술 사업화 협의체 만들겠다"

입력 2013-12-11 21:32  

정재훈 KIAT 원장


[ 김홍열 기자 ]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입니다.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지 않고서는 일자리 창출도 없습니다.”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사진)은 11일 “국가 연구개발(R&D) 과제 성공률은 90%가 넘지만 연구개발로 탄생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비율은 24%에 머물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R&D 지원금 중 절반을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대학에, 나머지 절반은 민간 기업에 투입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사업화율이 낮다는 얘기다. 그가 지난 9월 취임한 이후 기술 사업화에 열정을 쏟고 있는 까닭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KIAT가 지원하는 R&D 자금은 연평균 1조2000억원 정도.

정 원장은 “호기심 차원에서 개발한 기술은 시장과 거리가 멀 수밖에 없고 완성도가 높은 기술이라도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하면 사업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업화율을 높이려면 기업에 주는 정부 R&D 자금을 점차 늘리고 정부 지원으로 출연연구소와 대학이 개발한 기술을 기업으로 많이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KIAT가 지난 10일 방위사업청과 함께 국방과학연구소의 국방기술 가운데 민간 사업화가 유망한 기술을 엄선해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사시 비상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휴대용 자가발전기 기술, 패션 액세서리에 활용할 수 있는 얇은 박막전지 기술 등 각종 첨단 국방기술이 민간 기업으로 이전되도록 소개하는 설명회였다.

정 원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등 각 부처 관련 연구기관이 개발만 해놓고 활용하지 않는 기술을 모아 사업화하기 위해 ‘기술사업화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R&D 지원이나 관리는 부처별로 하되 KIAT가 사업화를 총괄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는 “개발돼 있는 각 부처 기술을 모아 컨설팅과 자금 지원, 국내외 마케팅 지원으로 사업화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라며 “협의체는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내년 초 유럽지역 국제 공동 R&D 프로젝트인 ‘유로스타2’에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된 것은 정 원장의 글로벌한 기술 사업화 전략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비유럽권 국가 최초로 공식 가입하면 KIAT가 공동 R&D 과제 기획부터 한국 기업 발굴, 자금 지원 등의 일을 맡기 때문이다.

유로스타2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 파트너 국가 및 기업과 같이 기술개발을 할 경우 단순히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해외 마케팅이나 현지 진출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발굴할 수 있다. 해외 현지 법인이나 지사, R&D 능력을 자체적으로 갖추지 못한 중소·중견기업에는 안성맞춤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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