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맥證, 최대 수백억 피해 가능성…"구제 가능성 미지수"(종합2보)

입력 2013-12-12 16:51  

[ 이민하 기자 ] 올해 마지막 옵션선물 만기일에 최대 수백억원 규모의 파생거래 사고가 발생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맥투자증권은 12월 선물옵션 만기일 거래에서 최대 수백억 원가량의 파생거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맥증권 측은 거래소에 구제 신청을 한 상태다. 거래소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손해비용공동기금을 운영 중이다. 거래 피해 금액은 당초 최대 2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으나 400억~500억 원 규모로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 증권사 파생거래부서는 이날 오전 9시2분경 코스피200 옵션 12월물 콜·풋옵션 거래에서 시장가보다 훨씬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놨다. 콜옵션은 215~250까지 모든 행사가에서, 풋옵션은 270~287.5까지 모든 행사가에서 주문 사고가 났다. 이번 주문 실수는 사람이 아니라 자동 매매 프로그램(DMA)의 오류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거래가 단순 주문실수와 구제 가능성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고의성이 없는 착오매매일 경우 한국거래소에서 매매주문이 정정될 수 있기 때문.

거래소 시장감시팀 관계자는 "착오일 경우 규정상 손실금액 10억원 이상이고 이론가 대비 괴리율이 3% 이상일 경우 거래를 취소하고 면제를 줄 수 있다"며 "그러나 거래 상대방의 동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선까지 가능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맥증권의 거래가 일 대일 거래가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행사가에서 거래가 체결됐기 때문에 거래 건수만 수 만건이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것처럼 상대가 외국계 증권사일 경우에도 최종 합의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한맥증권이 입는 피해 규모에 따라 문을 닫게 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맥증권의 자본금은 올해 3월 결산 기준 268억원이다. 지난해에는 당기순손실로 38억원을 기록했다. 대규모 손실을 감당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국내 증시에서 파생옵션 거래 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6월25일 KTB투자증권에서는 담당 직원의 주문실수로 코스피200 지수 선물에 7000계약이 넘는 매수 주문이 쏟아지며 장 막판 급등했다. 이에 앞서 KB투자증권에서도 주문 오류가 발생했다. 홍콩계 헤지펀드인 이클립스퓨처스가 KB투자증권을 통해 16조 원 이상의 주문이 몰리는 오류로 시장에 충격을 줬다.

거래소는 이 때문에 다음해 2월부터 ‘킬 스위치(kill switch)’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알고리즘 거래 계좌가 주문 실수를 냈을 때 모든 호가를 한꺼번에 취소하고, 추가 호가 접수를 차단하는 일괄 취소 기능이다. 이에 따라 주문 실수로 말미암은 피해액 규모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사후 수습보다 1년에 두 세차례씩 발생하는 대규모 파생거래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크고 작은 주문 실수는 이보다 더 자주 일어난다"며 "단순 주문자 실수로 처리한다고 해도 이미 시장에 준 영향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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