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활동
[ 김진수 기자 ]
지난 6일 저녁 경기 성남시 정자동 킨스타워에서 열린 ‘서울시 탁구 꿈나무의 밤’. “고향 후배가 후원금 대신 홍어를 보내고, 월셋집에 사는 지인이 3만원을 보내 오고….” 인사말을 하던 문주현 서울시탁구협회장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지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던 데다 생활고로 힘들었던 젊은 시절 탁구를 치며 잠시나마 삶의 괴로움을 벗어났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던 것이다.
문 회장은 탁구협회장으로 취임한 뒤 상·하반기에 우수한 성적을 거둔 초·중·고교 탁구선수 30명에게 1500여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가난한 시절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탁구가 지금은 야구 축구 등 프로 스포츠에 밀리면서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직접 후원에 나서게 됐다.
문 회장은 장학재단 활동도 열심이다.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문 회장은 집안 사정 때문에 중학교를 졸업한 뒤 김 재배, 논농사 등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던 상황. 집안일을 돕다 운 좋게 광주 직업훈련소에서 기능올림픽 훈련을 받았다. 이후 대입 검정고시를 치르고 군대를 다녀왔다.
27세에 경희대 회계학과에 늦깎이로 입학했다. 등록금을 마련하겠다고 아껴가며 힘든 일과 학업을 병행한 탓에 폐결핵에 걸려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학업 중단의 기로에 섰을 때 서울 용산에 있는 봉신장학재단의 도움을 받았다. 공대생만 돕던 재단에서 문 회장의 딱한 상황을 듣고 예외적으로 온정의 손길을 보내온 것. 그의 마음 한쪽에 장학사업이 자리 잡는 계기였다.
문 회장은 엠디엠을 창업한 지 3년 만인 2001년 12월 5억원을 출자해 문주장학재단을 설립했다. 그때까지 번 돈 10억원 중 절반을 재단 설립에 선뜻 내놓은 것. “나중에 돈을 벌면 몇 배로 사회에 돌려주겠다”던 스스로와의 약속을 실천한 것이다.
문주장학재단은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장학생 선발 과정에서 성적은 아예 배제된다. 결손가정이나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대상이다.
문주장학재단의 출연금은 이후 계속 불어나 70억원에 이르고 있다. 연내 20억원을 출연하면 90억원으로 늘어난다. 문 회장은 이를 2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문주장학재단은 지난 12년간 중학생 577명, 고등학생 218명, 초등학생 25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도서와 교육기자재 등도 지원해 왔다. 경희대, 서울대 등을 비롯한 68개 대학의 대학생과 대학원생 349명을 포함해 총 1169명의 학생에게 14억여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사업 등도 2년째 지원하고 있다. 직원들과 함께 주변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을 돕는 활동도 적극적이다. 문 회장은 “‘사회에서 얻은 이익을 꼭 사회에 되돌려줘 어려운 이웃에게 봉사하겠다’는 소신을 앞으로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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