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을 이겨라"…기술력 무장한 프리미엄車, 제 발로 '지옥'을 찾다

입력 2013-12-13 13:27  

알래스카·데스밸리 향한 더 뉴 S클래스…극한의 기후서 주행테스트
지옥 서킷 찾은 신형 제네시스…성능·안전 테스트에 총력




[ 최유리 기자 ] #1. "젖은 머리로 밖에 나가지 마세요. 머리카락이 끊어질 수 있습니다." 알래스카 페어스뱅크 호텔 객실에는 이런 경고문이 붙어있다. 한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30℃까지 떨어지는 이 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추위를 자랑한다.

#2. 7~8월 기온이 54℃까지 치솟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 작렬하는 태양 아래 시속 200km의 바람을 정면으로 받는 것쯤은 약과다. 잠시도 견디기 힘든 이 곳에서 2개월간 3200바퀴를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흡사 '지옥'을 떠올리는 극한의 환경에 제발로 찾아드는 이들이 있다. 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한 프리미엄 신차를 내놓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 '더 뉴 S클래스'와 '신형 제네시스'를 내놓은 메르세데스-벤츠와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안전과 주행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최악의 환경을 찾았다.

◆ 더 뉴 S클래스, -30℃부터 50℃까지…극한의 기후를 견뎌라

벤츠의 신형 S클래스는 주행테스트를 위해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과 더운 곳을 오갔다.

알래스카 페어스뱅크에선 가혹한 추위 덕에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자동차 배기관과 히팅시스템에서 나오는 공기가 얼어 차 전체에 얼음이 낀다. 얼어붙어 납작해진 타이어는 2km 가량을 달려야 둥근 모양을 되찾는다.

혹독하지만 신차의 체력을 시험하기엔 최적의 기후다. 낮은 기온에선 배터리 전압을 보통의 절반 이하밖에 쓸수 없기 때문이다. 전 좌석과 스티어링휠(핸들), 팔걸이 등에 열선을 깐 S클래스가 제 실력을 발휘하는지 살피기에도 좋다.

여름이 되면 지명부터 심상찮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Death Valley)로 향한다. 산에 둘러쌓인 분지라 낮 기온이 50℃까지 오르는 곳이다.

고문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고산 지형을 활용, 짐과 사람을 가득 실은 차가 언덕길을 천천히 오른다. 에어컨도 최대한 가동시킨다. 열대 지역의 대도시에서 나타나는 정체현상에서 성능을 발휘하는지 테스트하는 방식이다.

극한의 환경에서 S클래스의 첨단 기술들을 빛을 발한다. S클래스는 벤츠 모델 최초로 루프에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 고강력 강판 비율과 비틀림 강성을 높였다. 세계 최초로 도로의 요철을 미리 탐지해 서스펜션의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매직 바디 컨트롤시스템도 적용했다.

◆ 신형 제네시스, 돌고 돌고 또 돌고…"지옥의 서킷에서 살아 남아라"

신형 제네시스는 주행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 운전하는 재미를 내세운 BMW, 벤츠 등 독일 브랜드와 정면 대결하겠다는 의미다.

주행 테스트도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의 성능과 안전은 입증하기 위해 현대차는 미국 모하비주행시험장과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찾았다.

모하비시험장은 뜨거운 사막의 기후뿐 아니라 다양한 주행로를 갖추고 있다. 바퀴가 푹푹 빠지는 모래구덩이 구간인 '오프로드 시험로', 10.3km 타원형 트랙 '고속주회로', 비포장 도로 '크로스컨트리 시험로'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신형 제네시스는 이곳에서 총 누적거리로 약 260만km를 달렸다. 지구를 65바퀴 돈 것과 같은 거리다.

지옥의 주행테스트는 독일의 뉘르부르크링에서도 이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서킷으로 악명 높은 이곳은 300m에 달하는 심한 고저차와 73개의 코너, 급격한 내리막길, S자 코스, 고속 직선로 등으로 구성됐다.

서킷 외에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극한 오지는 다 찾아다녔다. 혹한지로 유명한 스웨덴 알제프로그, 이와 반대 기후인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 지역, 오스트리아 동부 알프스의 해발 2500m가 넘는 그로스클로크너 산악지대 등을 거쳤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러 노면과 환경 조건에서 운행하면서 다양한 지형을 얼마나 오랫동안, 고장없이 버티는지 확인한다"며 "주행테스트를 통해 뛰어난 내구 품질과 현지 적합 성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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