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 자유를 향한 '한 세기의 여정' 마침표…"굿바이 만델라"

입력 2013-12-13 17:00  

넬슨 만델라
1918.7.18-2013.12.5



[ 이미아 기자 ]
95세를 일기로 서거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추모식이 지난 10일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전 세계 정상 90여명이 참석해 ‘자유의 정신’을 떠나보냈다. 넬슨 만델라의 인생역정은 한편의 영화 같은 것이었다.

만델라는 1918년 7월 남아공 이스턴케이프주 음베조에서 템부족 족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흑인들이 다닐 수 있는 대학이던 포트헤어대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만델라는 1940년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주동해 대학에서 제적당했다.

그는 1944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가담, ANC 청년동맹을 이끌면서 본격적으로 인종차별 철폐 투쟁에 뛰어들었다. 또 1952년엔 남아공에서 흑인 최초로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흑인은 법조인이 될 수 없다는 인종차별법에 대항한 것이었다.

1960년 샤프빌 흑인 대학살 사건이 일어난 뒤 만델라는 무장투쟁 게릴라 노선을 걷는다. 1962년 8월 체포당한 그는 1964년 6월 내란음모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수인번호 ‘46664’번의 고난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나는 일생 동안 아프리카인의 투쟁에 헌신해왔다. 모든 사람이 조화롭고 평등한 기회를 갖고 함께 살아가는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이상을 간직해왔다. 필요하다면 그 소망을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벤섬 교도소에서 27년 동안 복역한 만델라는 감옥에 갇힘으로써 오히려 세계적인 인권운동 투사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그는 오랜 수감생활 중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범’이란 수식어도 얻었다. 1979년에는 옥중에서 자와할랄네루 상을, 1981년과 1983년엔 각각 브루노 크라이스키 인권상과 유네스코의 시몬 볼리바르 국제상을 받으며 세계 인권운동의 상징적 존재로 인정받았다.

1990년 2월11일, 만델라는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됐다. 만델라는 흑인과 백인 간 화해를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 흑백 대립이 남아공을 피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1991년 남아공 최대 흑인 정치단체인 ANC 의장이 된 만델라는 프레데리크 데 클레르크 당시 대통령과 흑백 연합 정부 구성을 위해 협상했다. 흑인 강경파의 반발도 심했지만 만델라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목표는 흑인과 백인이 하나로 뭉쳐 평화롭게 공존하는 ‘무지개 나라’의 실현이었다.

1994년 5월10일, 만델라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과거 백인들만 출입할 수 있었던 요하네스버그 유니언빌딩 정부청사에서 만델라는 당당히 대통령 취임식장에 섰다. 340여년간 이어진 백인 통치의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1994년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만델라는 측근들로부터 ‘종신 대통령직’을 제안받았다. 그러나 그는 거절했다. 만델라는 1999년 대통령직 퇴임 후 자선단체인 넬슨만델라재단을 설립했다. 2004년엔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공직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뒤 어린 시절을 보낸 남아공 남부 쿠누로 거처를 옮겼다. 투쟁과 투옥을 거쳐 용서와 화해로 나간 그는 세계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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