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인 지난 12일 대규모 지수옵션 거래사고를 낸 한맥투자증권이 결제대금을 납부하지 못했다. 한 번의 주문 실수로 한맥투자증권이 사실상 파산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맥투자증권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청산 결제금 584억 원을 지급해야 했지만 13억4000만 원만 납부했다. 나머지 금액 570억6000만 원은 거래소가 결제 적립금을 이용해 대신 납부했다. 거래소는 추후 협의를 거쳐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다.
류인욱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부장은 "이번에 긴급 유동성 공급 차원에서 거래소의 결제 적립금을 사용했지만 추후 사실 관계를 조사해 어떤 재원을 쓸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제 이행금에 대한 투입 재원은 보증금, 적립금, 위약 손해배상 공동기금 등이 있다.
거래소는 금융위원회와 함께 사실 관계를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거래소 회원사가 공동으로 부담을 지게 될 수도 있다.
한맥투자증권은 전날 오전 9시2분께 코스피200 옵션 12월물 콜·풋옵션 거래에서 시장가보다 훨씬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놨다. 콜옵션은 215~250까지 모든 행사가에서, 풋옵션은 270~287.5까지 모든 행사가에서 주문 사고가 났다.
한맥투자증권 측이 추정한 손실 규모는 466억 원. 한맥의 자기자본금 2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어서 사실상 파산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맥투자증권은 거래소에 착오거래에 따른 구제신청을 했지만 거래 상대방 상당수가 외국인 투자자인 탓에 합의에 실패했다.
한맥투자증권이 파산할 경우 비슷한 규모의 다른 증권사들도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소규모 증권사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대형사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동서증권도 주식 거래에 대한 결제 불이행으로 파산위기에 직면했던 바 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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