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메트로 노조도 가세…파업 장기화 우려
[ 안정락/김보형 기자 ]
지난 9일 시작된 철도노조의 파업이 닷새를 넘기면서 대체 인력을 투입해 가까스로 정상 운행되던 KTX와 수도권 전철도 다음주부터 감축 운행에 들어간다. 시멘트와 컨테이너 등을 나르는 화물열차 수송률도 평상시의 30%대까지 떨어지면서 산업 현장마다 물류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사는 직위해제와 고소·고발 등으로 맞서고 있어 정부의 개입 없이는 당분간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KTX·수도권 전철 감축 운행
코레일은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해 다음주부터 KTX와 수도권 전철을 감축 운행한다고 13일 발표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파업 장기화로 대체 근무인력들의 피로가 누적돼 열차 운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주중 200회, 주말 232회 운행했던 KTX 열차는 오는 17일부터 주중 176회, 주말 208회로 감축 운행된다. 기존보다 운행 횟수가 약 10~12% 줄어드는 셈이다.
주중 수도권 전동열차 운행 횟수도 16일부터 기존 2109회에서 1931회로 8.4% 줄어들어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주말은 기존대로 운행된다. 새마을·통근열차 등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코레일은 출퇴근 시간이 아닌 낮 시간대 감축 운행을 실시해 승객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시멘트 못 구해 건설공사 멈출 판
철도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전체 운송량의 70~80%를 철도에 의존하는 시멘트업계와 시멘트를 사용하는 건설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최대 시멘트 생산기지인 충북 단양·제천 시멘트 공장들이 보유하고 있는 원재료인 유연탄은 1만~2만t 정도로, 길어야 10일가량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양이다. 강원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해 재고 유연탄 물량이 4~5일치밖에 남지 않았다.
생산된 시멘트 운송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건설현장에서는 당장 콘크리트 타설에 필요한 시멘트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날씨가 크게 추워지는 내년 1월부터는 콘크리트 타설을 못하기 때문에 12월은 혹한기에 접어들기 전 마지막으로 시멘트 타설이 가능한 시기다. 시멘트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작업이 중단돼 공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화물열차로 운송되는 철근·형강 등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철강재의 납기 지연도 문제다.
17개 건설 관련 협회들의 모임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동절기를 맞아 전국 건설현장에서 막바지 공사 작업이 한창인데 이번 파업으로 자재 수송 지체 등 물류대란이 우려되고 있다”며 철도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파업 장기화되나
코레일 안팎에서는 이번 파업이 내주 국회 일정과 서울메트로(서울 지하철 1~4호선) 파업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철도 파업 문제를 논의하는 국회 국토교통위가 17일 열리고, 18일에는 서울메트로 노조의 파업이 예정돼 있어 정부의 개입이 없으면 다음주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2009년(11월26일~12월3일) 진행된 역대 최장기인 8일간의 파업 기록을 넘어선다.
한 전직 코레일 임원은 “이번 파업은 ‘수서발 KTX 자회사’(철도 민영화)라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시민사회단체가 노조에 힘을 보태고 있어 코레일 사측의 노력만으론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정락/김보형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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