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만수 기자 ]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는 지난 5일 내부 이사회를 열고 커피 햄버거 피자업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동반성장위원회에 신청서를 내기로 했다. 이 3개 업종이 동반위의 심사를 거쳐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베이커리 브랜드처럼 대기업의 신규 출점이 제한되거나 외식업처럼 출점 가능 지역이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동안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외국계 업체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보다 몇몇 상위 중소기업이 특혜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커피숍이나 햄버거,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처음에는 다 중소기업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근거로 든다. 시장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대기업으로 성장한 업체들을 규제한다면 기업가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 기업을 규제할 경우 통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반면 커피, 햄버거, 피자 등을 판매하는 영세 자영업자 4만여명이 만든 단체인 휴게음식업중앙회 측은 이들 업종에서 양극화가 빠르게 발생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적합업종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대형 브랜드들은 가맹점 수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경쟁에서 밀린 개인 영세 자영업자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모범거래 기준에 따라 ‘기존 가맹점 반경 500m 안에 같은 브랜드의 신규 출점을 금지한다’는 규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스타벅스, 커피빈 등 외국계 업체들은 이 기준에서 배제돼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중소기업적합업종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기업의 진출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업종. 법적으로 강제사항은 아니다. 현재까지 두부, 고추장, 세탁비누 등 총 100개 품목이 지정됐다. 최근에는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가 동반위에 커피·피자·햄버거 등 3개 프랜차이즈 업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찬성 - 대기업·외국계 잠식한 상권 영세상인에게 돌려줘야
중소기업적합업종은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과 품목을 지정해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제지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중소기업 및 영세 자영업자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과거 정부 지원과 보호 아래 성장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업종에 진출하면서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대기업들이 시장경제를 선도한 공로는 무시할 수 없으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품목까지 자금력을 앞세워 문어발식으로 시장을 잠식해 나간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커피업계도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 업종 중 하나다. 국내 커피시장은 1999년 스타벅스가 진출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1999~2011년 커피업계는 매년 20%대의 성장률을 보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전국 커피전문점 평균 가맹점 수 증가율은 58.0%였으며, 일부 지역의 가맹점 수 증가율은 83.5%에 이르렀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같은 성장세를 이끄는 것은 일부 대형 브랜드라는 점이다.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브랜드의 매장 및 가맹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개인 영세 자영업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폐점하거나 업종을 전환하는 실정이다. 대형 브랜드가 자금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과 신규 출점으로 상권을 장악해 나갈수록 개인 영세 자영업자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 가맹점 반경 500m 안에 같은 브랜드로 신규 출점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모범거래 기준에 따라 규제하고 있어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은 이중규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리제한은 같은 브랜드에만 해당될 뿐이다. 따라서 영세 사업자를 보호하기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외국계도 똑같이 적용해 국내기업 역차별 없애야
특히 스타벅스와 커피빈 같은 외국계 브랜드는 거리제한에서마저 배제돼 국내 업체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외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어긋난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이행조치는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WTO나 FTA 등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보기에는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다.
더구나 시장의 많은 부분에 참여하고 있는 대형 브랜드가 외국계라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다면, 중소 영세업자를 보호하자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따라서 중소기업적합업종 신청 시 외국계 업체도 포함해야 한다. 모범거래기준에서 제외된 외국계 기업을 적합업종 지정에서도 배제한다면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이기 때문에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
특히 커피 피자 햄버거 등은 많은 자본을 들이지 않고 창업할 수 있는 분야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진행될 수록 소규모 식당을 창업하려는 사람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형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해 창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은 영세 자영업자뿐 아니라 앞으로 창업할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대형 브랜드들은 사업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고 하지만 산업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긍정적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 제도가 본격화된 올 들어 대형 브랜드들이 외국으로 눈을 돌려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화상태인 국내시장보다는 외국에 진출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형 브랜드들은 해외에 진출, 외국기업과 경쟁해 한국 서비스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형 브랜드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프랜차이즈 시장에 무차별적으로 진입해 시장을 독과점 형태로 변형시키는 것은 국내 서비스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시장경제 체제에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 국내에선 영세업체와 상생하고,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서 분명히 알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신청은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에 대한 신청이지 가맹주에 대한 신청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인데 가맹본부는 가맹점 수익보다는 가맹점 확장을 통한 본사 수익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것이다.
커피·햄버거 등 소자본 창업, 고령화시대 맞아 장려해야
동일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출점하다 보면 매출 감소로 인해 영업 이익이 감소한다. 다시 생각해 보면 기존 가맹주에겐 오히려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는 게 반가울 수 있다. 직영점만을 운영하는 업체 입장은 다를 수 있겠으나 골목상권이 살아야 시장경제가 살아나고 시장경제가 살아나야 전반적인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양보의 미덕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휴게음식업중앙회가 중소기업적합업종 신청을 하게 된 것은 전체적인 큰 틀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상생하자는 취지에서다. 대기업은 신청 자체를 반대만 하지 말고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합의점을 도출해 나가는 데 노력해 줬으면 한다.
김수복 <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 기획국장 >
반대 - 동반성장·상생 논리로 소비자 이익 해쳐선 안돼
최근 들어 커피와 햄버거, 피자업종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여부가 유통업계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들 업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의 신규 진입이나 사업 확장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미 동반성장위원회는 올 들어 제과·제빵업과 음식점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해외의 법제나 경쟁법에 관한 깊이 있는 검토보다는 상생과 동반성장이라는 표면적 명분과 경제민주화 기조에 편승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런 분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동반위의 활동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커피와 햄버거, 피자업종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도입에 반대한다. 아니, 아예 동반위라는 조직이 프랜차이즈사업 방식에 관여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프랜차이즈 사업 규제는 동반성장위의 권한 남용
첫째, 동반위의 정체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동반위는 선진국에는 없는 한국만의 특이한 규제기관이다. 중소기업이 90% 이상을 차지하기는 선진국도 마찬가지이므로 상생이나 동반성장이 요청되지 않을 리 없음에도 왜 그들 나라에는 동반위와 같은 기관이 없을까. 그들 국가의 국회의원이나 정치지도자들이 게으르거나 둔감해서인가. 아니다. 단언컨대 그러한 조직은 불필요하고 무익하기 때문이다.
실제 동반위의 주요업무 중 공정거래질서 확립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처리하면 된다. 유통채널의 상하 기업 간 동반성장과 상생 문제는 관련 기업이 알아서 해결하면 될 일이다. ‘중소 부품업체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초보적 상식을 모르는 대기업은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지속발전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 정도를 모르는 기업도 없다. 그런 것을 교육하고 훈계하기 위한 별도의 기관이 필요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동반위의 업무 중 사업조정활동 또한 상생과 동반성장이라는 그럴듯한 명분과 달리 실제로는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 동반위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해당 시장은 인위적으로 분할되고 중소기업만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된다. 독점은 가격을 인상시키고, 품질을 저하시키며, 혁신을 위축시키고,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킨다. 그런 폐해는 고스란히 그 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소비자인 지역주민은 ‘더 나은 제품을 더 나은 가격에’ 접근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동반위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통한 규제는 이처럼 결과적으로 골목상권을 먼저 차지한 골목상인의 독점을 보장하면서 지역주민의 후생을 해치게 된다.
기업이 소비자를 지향해야 하듯이 국가기관이나 정치인은 국민의 편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상생이든 동반성장이든 다 좋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인 국민의 이익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바로 그런 이유로 일본의 중소기업분야법은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조정을 하도록 명기하고 있다. 요컨대, 동반위의 정체성에 비추어 기업끼리의 동반성장이나 상생보다는 국민의 편익에 우선순위를 두는 획기적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
정부가 기업성장 범위 제한, 기업가정신 훼손하는 것
둘째, 프랜차이즈사업 규제는 동반위의 권한 남용 행위라는 점이다. 현행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하더라도 동반위는 순수한 프랜차이즈가맹점의 출점은 규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대기업 가맹점이 자영업자를 몰아낸다’는 논리로 프랜차이즈가맹점의 출점을 규제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와 별개의 독립된 자영업자인 줄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한다. 혹시나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점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변하더라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수익사업을 자발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기업의 속성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셋째, 동반위는 위와 같은 남용 행위에 대해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국가기관의 위법, 부당한 행위는 소송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동반위는 민간자율기관임을 내세워 법원의 판단을 면하려 한다. 엄연히 정부로부터 업무를 위탁받고 예산을 지원받아 활동하면서도 책임의식이 부족하다. 법령을 어겨가며 프랜차이즈사업을 규제하는 것도 책임의식의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넷째, 피터팬 증후군을 강제로 주입시키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한다는 점이다. 커피숍이나 제과·제빵업도 과거에는 다 중소기업이었다. 그러한 기업이 각고의 노력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대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난데없는 규제로 성장을 막는다면 앞으로 누가 꿈을 갖고 기업을 일으키려 하겠는가. 제도적으로 성장의 한계가 예정된 상황에서 꿈을 기대할 수는 없다. 특히나 중소기업에서 성장한 기업의 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당장에는 눈에 띄지 않더라도 기업가정신을 억제하는 매우 위험스러운 일이다.
영세상인의 입장에서는 이런 주장을 야속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영세상인의 어려움을 덜 중시해서가 아니라, 정치논리가 경제를 오도하는 사태의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최영홍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 읽을 만한 자료
△미국의 유통법, 데이비드 거닉, 2011
△유럽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법규 및 규정, 마크 아벨, 2013
△‘유통법에 대한 새로운 조망’ 한국유통법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 자료집, 최영홍, 2013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이 프랜차이즈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강창동 신건철 장재남, 2012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도입 및 운영방안, 대한산업공학회, 2011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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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는 지난 5일 내부 이사회를 열고 커피 햄버거 피자업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동반성장위원회에 신청서를 내기로 했다. 이 3개 업종이 동반위의 심사를 거쳐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베이커리 브랜드처럼 대기업의 신규 출점이 제한되거나 외식업처럼 출점 가능 지역이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동안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외국계 업체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보다 몇몇 상위 중소기업이 특혜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커피숍이나 햄버거,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처음에는 다 중소기업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근거로 든다. 시장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대기업으로 성장한 업체들을 규제한다면 기업가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 기업을 규제할 경우 통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반면 커피, 햄버거, 피자 등을 판매하는 영세 자영업자 4만여명이 만든 단체인 휴게음식업중앙회 측은 이들 업종에서 양극화가 빠르게 발생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적합업종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대형 브랜드들은 가맹점 수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경쟁에서 밀린 개인 영세 자영업자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모범거래 기준에 따라 ‘기존 가맹점 반경 500m 안에 같은 브랜드의 신규 출점을 금지한다’는 규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스타벅스, 커피빈 등 외국계 업체들은 이 기준에서 배제돼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중소기업적합업종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기업의 진출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업종. 법적으로 강제사항은 아니다. 현재까지 두부, 고추장, 세탁비누 등 총 100개 품목이 지정됐다. 최근에는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가 동반위에 커피·피자·햄버거 등 3개 프랜차이즈 업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찬성 - 대기업·외국계 잠식한 상권 영세상인에게 돌려줘야
중소기업적합업종은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과 품목을 지정해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제지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중소기업 및 영세 자영업자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과거 정부 지원과 보호 아래 성장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업종에 진출하면서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대기업들이 시장경제를 선도한 공로는 무시할 수 없으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품목까지 자금력을 앞세워 문어발식으로 시장을 잠식해 나간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커피업계도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 업종 중 하나다. 국내 커피시장은 1999년 스타벅스가 진출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1999~2011년 커피업계는 매년 20%대의 성장률을 보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전국 커피전문점 평균 가맹점 수 증가율은 58.0%였으며, 일부 지역의 가맹점 수 증가율은 83.5%에 이르렀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같은 성장세를 이끄는 것은 일부 대형 브랜드라는 점이다.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브랜드의 매장 및 가맹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개인 영세 자영업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폐점하거나 업종을 전환하는 실정이다. 대형 브랜드가 자금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과 신규 출점으로 상권을 장악해 나갈수록 개인 영세 자영업자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 가맹점 반경 500m 안에 같은 브랜드로 신규 출점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모범거래 기준에 따라 규제하고 있어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은 이중규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거리제한은 같은 브랜드에만 해당될 뿐이다. 따라서 영세 사업자를 보호하기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외국계도 똑같이 적용해 국내기업 역차별 없애야
특히 스타벅스와 커피빈 같은 외국계 브랜드는 거리제한에서마저 배제돼 국내 업체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외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어긋난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이행조치는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WTO나 FTA 등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보기에는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다.
더구나 시장의 많은 부분에 참여하고 있는 대형 브랜드가 외국계라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다면, 중소 영세업자를 보호하자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따라서 중소기업적합업종 신청 시 외국계 업체도 포함해야 한다. 모범거래기준에서 제외된 외국계 기업을 적합업종 지정에서도 배제한다면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이기 때문에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
특히 커피 피자 햄버거 등은 많은 자본을 들이지 않고 창업할 수 있는 분야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진행될 수록 소규모 식당을 창업하려는 사람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형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해 창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은 영세 자영업자뿐 아니라 앞으로 창업할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대형 브랜드들은 사업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고 하지만 산업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긍정적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 제도가 본격화된 올 들어 대형 브랜드들이 외국으로 눈을 돌려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화상태인 국내시장보다는 외국에 진출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형 브랜드들은 해외에 진출, 외국기업과 경쟁해 한국 서비스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형 브랜드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프랜차이즈 시장에 무차별적으로 진입해 시장을 독과점 형태로 변형시키는 것은 국내 서비스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시장경제 체제에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 국내에선 영세업체와 상생하고,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서 분명히 알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 신청은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에 대한 신청이지 가맹주에 대한 신청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인데 가맹본부는 가맹점 수익보다는 가맹점 확장을 통한 본사 수익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것이다.
커피·햄버거 등 소자본 창업, 고령화시대 맞아 장려해야
동일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출점하다 보면 매출 감소로 인해 영업 이익이 감소한다. 다시 생각해 보면 기존 가맹주에겐 오히려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는 게 반가울 수 있다. 직영점만을 운영하는 업체 입장은 다를 수 있겠으나 골목상권이 살아야 시장경제가 살아나고 시장경제가 살아나야 전반적인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양보의 미덕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휴게음식업중앙회가 중소기업적합업종 신청을 하게 된 것은 전체적인 큰 틀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상생하자는 취지에서다. 대기업은 신청 자체를 반대만 하지 말고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합의점을 도출해 나가는 데 노력해 줬으면 한다.
김수복 <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 기획국장 >
반대 - 동반성장·상생 논리로 소비자 이익 해쳐선 안돼
최근 들어 커피와 햄버거, 피자업종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여부가 유통업계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들 업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의 신규 진입이나 사업 확장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미 동반성장위원회는 올 들어 제과·제빵업과 음식점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해외의 법제나 경쟁법에 관한 깊이 있는 검토보다는 상생과 동반성장이라는 표면적 명분과 경제민주화 기조에 편승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런 분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동반위의 활동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커피와 햄버거, 피자업종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도입에 반대한다. 아니, 아예 동반위라는 조직이 프랜차이즈사업 방식에 관여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프랜차이즈 사업 규제는 동반성장위의 권한 남용
첫째, 동반위의 정체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동반위는 선진국에는 없는 한국만의 특이한 규제기관이다. 중소기업이 90% 이상을 차지하기는 선진국도 마찬가지이므로 상생이나 동반성장이 요청되지 않을 리 없음에도 왜 그들 나라에는 동반위와 같은 기관이 없을까. 그들 국가의 국회의원이나 정치지도자들이 게으르거나 둔감해서인가. 아니다. 단언컨대 그러한 조직은 불필요하고 무익하기 때문이다.
실제 동반위의 주요업무 중 공정거래질서 확립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처리하면 된다. 유통채널의 상하 기업 간 동반성장과 상생 문제는 관련 기업이 알아서 해결하면 될 일이다. ‘중소 부품업체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초보적 상식을 모르는 대기업은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지속발전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 정도를 모르는 기업도 없다. 그런 것을 교육하고 훈계하기 위한 별도의 기관이 필요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동반위의 업무 중 사업조정활동 또한 상생과 동반성장이라는 그럴듯한 명분과 달리 실제로는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 동반위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해당 시장은 인위적으로 분할되고 중소기업만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된다. 독점은 가격을 인상시키고, 품질을 저하시키며, 혁신을 위축시키고,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킨다. 그런 폐해는 고스란히 그 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소비자인 지역주민은 ‘더 나은 제품을 더 나은 가격에’ 접근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동반위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통한 규제는 이처럼 결과적으로 골목상권을 먼저 차지한 골목상인의 독점을 보장하면서 지역주민의 후생을 해치게 된다.
기업이 소비자를 지향해야 하듯이 국가기관이나 정치인은 국민의 편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상생이든 동반성장이든 다 좋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인 국민의 이익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바로 그런 이유로 일본의 중소기업분야법은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조정을 하도록 명기하고 있다. 요컨대, 동반위의 정체성에 비추어 기업끼리의 동반성장이나 상생보다는 국민의 편익에 우선순위를 두는 획기적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
정부가 기업성장 범위 제한, 기업가정신 훼손하는 것
둘째, 프랜차이즈사업 규제는 동반위의 권한 남용 행위라는 점이다. 현행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하더라도 동반위는 순수한 프랜차이즈가맹점의 출점은 규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대기업 가맹점이 자영업자를 몰아낸다’는 논리로 프랜차이즈가맹점의 출점을 규제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와 별개의 독립된 자영업자인 줄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한다. 혹시나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점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변하더라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수익사업을 자발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기업의 속성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셋째, 동반위는 위와 같은 남용 행위에 대해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국가기관의 위법, 부당한 행위는 소송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동반위는 민간자율기관임을 내세워 법원의 판단을 면하려 한다. 엄연히 정부로부터 업무를 위탁받고 예산을 지원받아 활동하면서도 책임의식이 부족하다. 법령을 어겨가며 프랜차이즈사업을 규제하는 것도 책임의식의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넷째, 피터팬 증후군을 강제로 주입시키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한다는 점이다. 커피숍이나 제과·제빵업도 과거에는 다 중소기업이었다. 그러한 기업이 각고의 노력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대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난데없는 규제로 성장을 막는다면 앞으로 누가 꿈을 갖고 기업을 일으키려 하겠는가. 제도적으로 성장의 한계가 예정된 상황에서 꿈을 기대할 수는 없다. 특히나 중소기업에서 성장한 기업의 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당장에는 눈에 띄지 않더라도 기업가정신을 억제하는 매우 위험스러운 일이다.
영세상인의 입장에서는 이런 주장을 야속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영세상인의 어려움을 덜 중시해서가 아니라, 정치논리가 경제를 오도하는 사태의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최영홍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 읽을 만한 자료
△미국의 유통법, 데이비드 거닉, 2011
△유럽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법규 및 규정, 마크 아벨, 2013
△‘유통법에 대한 새로운 조망’ 한국유통법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 자료집, 최영홍, 2013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이 프랜차이즈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강창동 신건철 장재남, 2012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도입 및 운영방안, 대한산업공학회, 2011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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