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등게임 '마스터탱커' 얽힌 '명랑MT성공기'

입력 2013-12-14 08:15   수정 2013-12-14 08:37

<p>한동안 '슈퍼스타K'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유행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곡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기존에 있던 곡을 재해석하거나 자신만의 스타일로 바꿔 불렀다. 덕분에 윤종신의 '본능적으로' 같은 묻혀있던 주옥같은 명곡들이 빛을 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가요계에서 '리메이크'는 표절이 아닌 새로운 콘텐츠의 재탄생을 의미한다.</p> <p>
게임업계에서도 이런 '리메이크' 버전으로 빛을 발한 게임이 있다. 바로 쿤룬코리아가 한국에 서비스하는 '마스터탱커(이하 MT)'이다. 런칭 1주일만에 매출과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석권하고 1년이 지난 현재 상위권 톱3안에 꿋꿋이 버티고 있는 '최강' 게임이다.</p> <p>중국 현지에서는 '로코조이'라는 회사가 정식 라인센싱 계약을 체결해 게임을 개발하고, 퍼블리싱을 진행하고 있다.</p> <p>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카드게임인 MT는 어떤 게임을 연상시킨다. 바로 MMORPG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이다. 오크와 타우렌, 언데드 등이 귀여운 캐릭터로 묘사되어 얼핏 보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와우를 플레이해본 유저라면 게임을 3분만 플레이해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p> <p>왜 중국의 한 게임이 와우와 이렇게도 닮아있는 건지, 두 게임의 어떤 부분에서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는지, 그리고 MT가 중국에서 얼마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들여다본다.</p> <p>■ 'MT에는 긴 전설이 있어'</p> <p>MT가 개발되기까지는 사실 긴 스토리가 있다. 때는 바야흐로 블리자드의 '와우'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을 2009년 12월 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와우를 사랑하는 한 유저는 게임 속 캐릭터로 팬무비를 만들었고, 이는 한 영세업체(七彩映画, 칠채영화)를 통해 제작되었다.</p> <p>워크래프트 세계관 속 언데드, 트롤, 오크, 타우렌 등이 귀여운 캐릭터로 등장하는 이 영상은 중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게임 캐릭터들의 대표적인 특징을 코믹하게 잘 살렸을 뿐만 아니라 게임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상상해 재밌는 에피소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만화나 소설의 번외편 같은 느낌에 많은 와우저(와우 유저)들은 열광했다.</p> <p>
이런 폭발적인 인기는 단순히 영상에서 사그라들지 않고,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피규어, 캐릭터 티셔츠, 핸드폰 케이스, 쿠션 등등 캐릭터를 활용한 여러 물건들은 날개돋친 듯 팔리며 더욱더 인기에 불을 붙였다.</p> <p>이렇듯 인기가 더해지자 중국의 한 게임 개발사가 동영상을 제작한 업체와 정식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하고 게임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이 회사가 '로코조이(LOCOJOY)'로 현재 중국과 북미까지 개발과 퍼블리싱을 진행하고 있다.</p> <p>현지명은 我叫MT(워짜오엠티, I'm MT)이다. 게임 개발 및 서비스 시기는 2013년 1월 iOS버전이 출시되었으며, 안드로이드는 4월에 출시되었다. 성적은 아주 훌륭했다. 런칭 1주일만에 매출과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석권했으며, 약 1년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3위를 기록하고 있다.</p> <p>■ '알고보니 '놓지마 정신줄' 작가가 원작자'</p> <p>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MT를 쿤룬 코리아는 한국에서 퍼블리싱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게임을 런칭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MT의 그림체가 낯이 익다는 이야기가 들려온 것이다.</p> <p>수소문한 결과, 이 그림이 국내 웹진에서 와우 웹툰을 그리던 아마추어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태훈-나승훈으로 현재 토요일자 네이버 웹툰 조회수 2위를 차지하는 '놓지마 정신줄'을 연재중인 정식 웹툰 작가다.
</p> <p>팬무비 영상의 시작이 한국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 쿤룬코리아는 이를 중국 개발사에 알렸다. 로코조이의 경우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동영상제작업체와 라이센싱 체결을 진행한 것으로, 한국 작가에게 미리 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p> <p>쿤룬코리아는 웹툰 작가와 MT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 하지만 와우 웹툰이 인기를 끌던 시절 블리자드와 저작권 문제가 있었던 작가는 MT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쿤룬코리아는 관련한 이슈를 마무리지으며 2013년 11월 26일 게임을 출시하게 되었다.</p> <p>■ '통곡의 동굴-통곡의 지하, 코믹한 패러디' </p> <p>그렇다면 '와우'와 'MT'는 얼마나 닮아있을까? 우선 가장 직관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캐릭터와 캐릭터명, 던전명이다. 직업군도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MT가 와우저들이 즐긴 팬무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p> <p>직업군을 비교해보면, 와우에 죽음의 기사, 드루이드, 사냥꾼, 마법사, 성기사, 사제, 도적, 주술사, 흑마법사, 전사로 총 10가지 직업이 있다면 MT에는 죽음의 기사를 제외한 9가지 직업이 모두 구현되어 있다.</p> <p>던전명 역시 매우 비슷하다. 와우에서 '마라우돈'은 '말라우돈', '줄파락'은 '주피락', '통곡의 동굴'은 '통곡의 지하', '붉은십자군 수도원'은 '불꽃십자군 수도원'으로 와우를 조금만 플레이해본 유저라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p> <p>로고 역시 비슷한 느낌으로 제작되었으며, '다르나서스' 등의 지역명은 MT에서 '달아나서스'라는 서버명으로 활용되고 있다. 캐릭터의 경우 와우가 훨씬 디테일한 것은 당연하지만, 와우의 '타우렌'이 MT에서는 '타우린'으로 불리며 귀여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대다수의 와우저들이 '타우렌 종족 귀엽다. 특히 눈망울을 보면 헤어나올 수 없다'면서 애착을 가져 타우렌 여성 캐릭터인 '귀엽소' 역시 친숙하게 다가온다.
</p> <p>■ '서민적인 MT캐릭터에 감정이입'</p> <p>중국에서 아직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MT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MT라는 이름은 중국에서 '메인 탱커'의 줄임말로 게임 속에서 보스를 공격하는 역할을 뜻한다. 파티원들을 방어하며, 몬스터의 강한 공격에 살아남아야 하는 강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 처음 중국에서 만들어진 동영상에서는 와우에서 활용되는 MT를 그대로 가져와 제목으로 사용했다.</p> <p>인기 게임을 토대로 제작되었기도 했고, 제목에서부터 와우를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와우저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을 얻게 되었다. 그런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그대로 모바일로 전달되어, 유저들의 사랑이 게임에서 동영상으로, 동영상에서 다시 모바일 게임으로 전달된 사례이다.</p> <p>하지만 반대로 와우와 반대되는 요소들 또한 인기 비결에 들어간다. 와우의 경우 방대한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으로 '전쟁'과 '배신' 등의 다소 무거운 키워드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MT의 경우 가볍고 코믹한 분위기를 캐릭터에 부여했다. 애니메이션 스토리 역시 유치할 정도로(?) 쉽고 재밌어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었다.
</p> <p>뿐만 아니라 당시 시사적인 이슈, 유행 트렌드에 따라 스토리를 설정하는 부분도 있어 시대상을 담아내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국산 코믹 애니메이션 1위로 손꼽힐 정도로 단순히 와우의 게임성을 떠나 애니메이션 자체에도 큰 점수를 주고 있다.</p> <p>조금 더 사회적으로 나아가 볼 수도 있다. 현재 중국은 고도로 성장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신화를 일궈내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성공에서 소외되는 사람도 많다. MT의 경우 주인공 캐릭터들이 가볍고 코믹하며, 서민적이다. 영웅이 아닌 일반 사람들과 똑같은 평범한 캐릭터가 세계 평화와 성공을 위해 힘을 합쳐 역경을 이겨내는 내용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p> <p>한국적 정서로 파악하자면, 영원히 풀리지 않는 갑과 을의 이야기를 '을'의 관점에서 해학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다.</p> <p>쿤룬코리아 박해란 모바일사업본부 실장은 '보잘 것 없는 주인공들이 노력과 협동을 통해 위기를 헤쳐나가면서, 때로는 엉뚱한 방향으로 일이 전개되기도 하지만 결국은 성과를 이뤄내는 모습에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열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중국에서 베스터셀러에서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았다. 한국에서도 이런 서민적인 모습이 어필해 점차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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