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갑 기자 ]
“내 작품은 단순한 추상이 아니라 학업과 연구의 결과물입니다. 얼핏 보면 무척 추상적이지만 모든 작품의 베이스는 어딘가에 있었던 장소와 공간이고요.”
오는 20일부터 2014년 1월29일까지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 바톤에서 개인전을 펼치는 벨기에 유망 작가 쿤 반 덴 브룩(40)은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 있는 상상력의 색깔을 밖으로 분출하는 과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뉴욕 메이저 화랑 말보르갤러리의 전속작가인 브룩은 1950~60년대 미국 화단에 풍미했던 추상표현주의에 동참하면서 인간의 소통 문제를 회화로 표현해 온 작가다. 벨기에 르우벤대에서 건축을 공부한 그는 잠시 디자인에 주목하다가 미술로 방향을 틀었다. 영국 최대 화랑인 화이트큐브갤러리에 세 차례나 초대되며 국제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자일론(ZYLON·기하학적 공간 탐구)’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구상과 추상의 중간에서 완전한 추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색면추상화 10여점을 내걸었다.
브룩은 여행하며 직접 찍은 사진 속 도로와 교통 구조물 등을 캔버스에 옮기면서 이미지 해체와 강조를 거쳐 그림자는 강조하고 선과 면은 원색으로 부각하거나 지워낸다. 단지 사진을 찍어서 추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과 체험을 화면에 녹여낸 것이다.
“작업실에 사진 수천장을 펼쳐 놓고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이상 작품을 구상합니다. 이 중 3~5장의 사진을 골라 또다시 건물을 짓듯 구상에 들어가죠. 이 같은 작업 방식을 15년간 반복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대표작 ‘새’ ‘속편’ ‘마돈나’ 등은 젊은 시절 건축물에 대한 경험을 마치 무표제 음악처럼 풀어내 다소 충동적이고 즉흥적이다. 채도가 높은 선과 면, 그림자로 유추되는 검은 덩어리로 구성된 작품들은 과거 작업보다 한층 관념적이다. 강렬한 필선과 색면의 움직임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꾀하면
서 ‘색면추상의 힘’을 보여준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작품 소재를 주로 길에서 찾는다”고 했다.
“길은 많은 예술가에게 매혹적인 주제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를 비롯해 에드워드 호퍼, 피에트 몬드리안 등 미술가는 물론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도 길에 대한 스토리가 깔려 있잖아요.”
그는 최근 색면추상화를 통해 인간 내면에 역점을 두면서 형태와 여백 간의 균형을 모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검은 필체로 화면을 장악하면서 마음속 움직임을 색면으로 축조했다. 결국 이는 최근 국제 화단에 새롭게 부각된 ‘색의 건축’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반영한 것이다. (02)597-570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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