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울리는 어린이극…난쟁이 반달이의 순애보

입력 2013-12-15 21:20   수정 2013-12-16 04:40

뮤지컬 리뷰 '백설공주를…'


[ 송태형 기자 ] 참 사랑스럽고 예쁜 뮤지컬이다. ‘어른을 울리는 어린이극’이란 입소문은 과장된 게 아니었다. 초반부터 차곡차곡 쌓이던 연민의 감정이 후반부에서 살짝 눈물로 나왔고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요즘 공연되는 수십억, 수백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대형 뮤지컬에선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마음이 이런 소박한 무대에 크게 출렁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공연 중인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12년간 2500여회 공연으로 8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같은 이름의 연극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기존 연극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이야기 구성과 무대 연출에 뮤지컬적인 감성과 재미를 덧입혀 감동의 깊이를 더했다.

극은 그림형제의 동화 ‘백설공주’를 말을 하지 못하는 일곱 번째 막내 난쟁이 ‘반달’의 관점으로 풀어낸다. 백설공주와 난쟁이들의 첫 인사 장면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와 일곱 아이의 첫 대면을 연상시킨다.

자기 차례에서 안개꽃 다발을 건네는 반달이. 백설공주는 보답으로 반달이의 뺨에 키스를 하는데 이때부터 반달의 순애보적인 짝사랑이 시작된다. 말을 하지 못해 춤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반달이의 마음은 누군가의 노래로 객석에 전달된다. 몸짓과 노래의 어울림이 따스하고 잔잔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다양한 놀이적인 연출 기법이 연극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회전 무대를 빼놓고는 특별한 기계 장치 없이 대부분 배우들이 소품을 움직여 배경을 연출하고 무대를 꾸미고 바꾼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으나 어른이 봐도 유치하지 않다. 연극적 재미를 톡톡히 만들어 낸다.

뮤지컬로는 초연인데도 완성도가 높다. 음악적 설계를 잘했다. 극과 음악, 대사와 노래의 조화가 뛰어나다. 배우들의 호흡도 좋다. 연극에서 반달이 역을 맡았던 배우 강연정은 뮤지컬에서도 말 한마디 없이 몸짓 연기로만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아이들에게 연극의 놀이성, 춤과 몸짓, 음악에 대한 이해력과 감성을 키워줄 수 있는 무대다. 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만한 가족 뮤지컬이다. 연극도 어린이극으로 시작했지만 같이 보러 간 어른들을 감동시키면서 흥행몰이를 했다. 초등생 이상 관람할 수 있다. 공연은 내달 19일까지, 3만5000~5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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