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조재위 솔루에타 사장 "고객이 하나 원할때 솔루션 열 개 내놓을 수 있어야 성공"

입력 2013-12-15 21:23   수정 2013-12-16 04:23

한경·무역협회 선정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상'

전자파 차단 앞치마 선물 받고 관련 시장 성장 확신
전자파 차단기 16개국에 2013년 3800만달러 수출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소형화 될수록 수요 많아
12월 27일 코스닥 상장…R&D 투자 더 늘리겠다



[ 김희경 기자 ]
스마트폰, 태블릿 PC가 점점 얇고 작아지는 추세다. 사용자가 쉽게 휴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에 따라 오작동이 발생할 확률은 높아진다. 좁은 공간에 다양한 부품이 빼곡히 들어가면서 전자파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폰 등에는 반드시 전자파 차폐기(전자파를 막거나 없애주는 장치)가 들어간다.

2001년 설립된 ‘솔루에타’는 전자파 차폐기를 연 4000만달러 가까이 수출하는 기술 강소기업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뿐 아니라 애플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 등도 솔루에타 제품을 쓴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전 모델에 솔루에타 제품이 들어간다.

솔루에타의 올해 수출액은 3800만달러 정도. 지난해 대비 35.7% 늘어난 규모다. 기술제품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해 온 조재위 솔루에타 사장(55·사진)은 한국무역협회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시상하는 ‘2013년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으로 뽑혔다. 이 상은 매달 두 명씩 선정하는 ‘이달의 무역인’ 가운데 수출 기여도가 가장 큰 기업인에게 주어진다. 시상식(9일) 후 따로 약속을 잡아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조 사장을 만났다.

▷올해 수출환경이 좋지 않았는데도 뛰어난 성과로 큰 상을 타게 됐다.

“창업 13년 만에 올해만큼 보람된 적이 없다.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도 내고 올해의 무역인상까지 받았다. 경사가 겹쳤다. 처음엔 직원 두 명과 함께 어렵게 사업을 시작했다. 그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미국 중국 등 16개국에 수출하는 기업이 됐다. 2010년 500만달러 수출탑을 받았는데 작년 2000만달러, 올해 3000만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나도 놀랄 정도다. 회사 전체가 축제 분위기다.”

▷국내외 매출이 함께 늘어나기가 쉽지 않은데.

“스마트폰, 태블릿 PC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특히 애플의 아이폰5s와 아이패드미니2 등에 차폐기가 들어가면서 매출이 늘었다. 2010년 매출은 237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매출은 1000억원을 넘어설 것 같다.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글로벌 업체들에 대량 납품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3년 전만 해도 10.8%로 3위였다. 그게 2년 만에 23.5%가 되면서 선두로 올라섰다. 올해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경쟁이 치열했을 텐데 어떻게 그런 성과가 가능했나.

“해외 업체들은 이미 40~50년 전부터 전자파 차폐기를 개발했다. 하지만 대부분 군사용 통신, 군함 등 무기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민수품을 개발하는 기업도 스마트기기보다 TV 노트북 등 큰 기기에 들어가는 제품을 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얇고 작은 기기에 들어가는 차폐기일수록 더 정교한 기술이 요구된다. 고집적화된 회로에 맞는 정밀하고 유연한 차폐기가 필요하다. 솔루에타는 창업 초기부터 스마트 기기 부문에 집중했다. 또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해외 시장을 목표로 삼았다. 한 달에 두세 번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전시회를 돌면서 시장 동향도 파악했다. 한 발짝 앞서는 기술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 덕분에 모두 믿고 찾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름이 나면서 해외 차폐기 회사에서 찾아와 ‘우리가 판매를 해줄 테니 제품만 만드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솔루에타 브랜드로 해외 시장을 석권할 자신이 있어 모두 거절했다. 현재 3M이 세계 차폐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3년 안에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조 사장이 전자파 차폐기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대학 졸업 이후 제약업체 ‘일화’에서 영업직 사원으로 일하던 중 일본에 살고 있던 고향 선배로부터 앞치마를 선물 받은 것. 부엌에서 사용하는 앞치마가 아니라 전자파 차단용 앞치마였다. 처음엔 ‘무슨 선물이 이런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곧 ‘전자제품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니 이런 제품을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뻗쳤다.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관련 업체인 ‘EM솔루션’에 들어갔다. 3년간 일하면서 노하우를 배웠고 2001년 경기 군포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어려움도 적지 않았지만 사업은 2009년 스마트폰 열풍을 타면서 성장세를 탔다.

▷경영 방식이 독특하다고 들었다.

“고객이 하나를 원하면 열 가지 이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게 경영방침이다. 그것도 고객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그렇게 하려면 제조를 외부에 맡기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2008년 경기 안산에 소재 공장을 지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문이 급감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주위 걱정도 많았지만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아 공장을 완공했다. 작년엔 경기 화성에 점착 공정 라인도 만들었다. 이로써 도금 점착 등 가공 전 공정이 가능해졌다. 그만큼 고객에게 많은 솔루션을 빨리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코스닥 상장도 앞두고 있다고.

“오는 27일 상장할 예정이다. 연구개발(R&D) 분야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현재 본사 건물 내에 20여명의 연구원이 있다. 이들이 더욱 넓은 곳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연구소를 짓기 위해 본사 근처에 별도의 부지를 매입했다. 공모자금으로 새 연구소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를 구매할 예정이다. R&D 투자도 늘려 기술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다.”

조 사장은 이 같은 성과의 공을 열심히 노력한 직원들에게 돌렸다. 조 사장은 “좋은 실적에 상장까지 하게 되니 더욱 기쁘다”며 “감사의 의미로 최근 전 직원에게 등산복 풀세트와 등산화를 선물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건강과 행복이 회사의 성장 동력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시장 전망이 좋다. 앞으로 직원들이 함께 더 열심히 뛰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향후 전자파 차폐기 시장 전망은 어떤가.

“올해 기준으로 세계 전자파 차폐기 시장 규모는 3조5000억원이다. 2009년까지만 해도 2조원 수준이었는데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됐다. 앞으로 전망은 좋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고 차폐기 시장도 그만큼 성장할 것이다. 2016년엔 4조원까지 커질 것이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700억원 수준이었는데 내년엔 4000억원까지 갈 것이다.”

▷앞으로 시장 공략 전략은.

“중국 대만 등 신흥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기존에 이 지역 업체들은 저렴한 차폐기만을 찾았다. 하지만 최근 화웨이 HTC 등 주요 기업들이 가격 대신 뛰어난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현지 업체들과 계약을 추진 중이다. 또 스마트 기기뿐만 아니라 자동차, 의료 기기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차폐기를 개발할 예정이다. 솔루에타는 해결책을 뜻하는 ‘솔루션(solution)’과 스페인어로 작다는 의미의 ‘에타(eta)’를 합친 말이다. 작지만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뜻으로 만든 사명이다. 전자파가 생기는 다양한 전자 기기에 우리 차폐기를 적용, ‘솔루에타’의 의미를 실천해 나갈 것이다.


조재위 솔루에타 사장은

영업맨 출신 사업가다. 1983년 경상대 환경생명화학과를 졸업한 후 제약회사 ‘일화’에 입사해 1998년까지 영업직 사원, 지점장으로 근무했다. 전자파 차폐기 사업에 뛰어들기 전 관련 중소업체 ‘EM솔루션’에서 영업을 담당하면서 차폐기 영업 노하우를 익혔다. 2001년 솔루에타를 설립, 스마트폰 태블릿 PC용 전자파 차폐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올 1월 ‘제55회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 9일 ‘2013년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으로 선정됐다. 영업력도 인정받아 4월엔 21세기대상 시상위원회가 주관하고 신산업경영원이 주최하는 ‘제28회 21세기대상’에서 영업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달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주관한 ‘제13회 모바일기술대상’을 받았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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