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 <2>
[ 문유선 기자 ] 이스탄불에서 보내는 여행자의 낮과 밤은 확연히 다르다.
낮에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온갖 유물을 보며 이스탄불의 역사를 공부하느라 바쁘다.
일몰 즈음엔 보스포루스해협을 건너는 크루즈를 타고 유럽에서 아시아로 대륙을 횡단한다. 이곳이 유럽과 아시아의 중심임을 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다.
밤의 이스탄불은 활기로 가득하다.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즐기는 정취는
오랫동안 마음 안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아는 만큼 보이는 수많은 보물들
그랜드 바자, 블루 모스크, 소피아 성당에 이어 발을 들인 곳은 블루 모스크 서쪽 출구에 있는 히포드럼 광장이다. 로마의 잔혹했던 놀이문화인 검투 경기가 펼쳐지던 곳이었지만 검투 경기를 폐지한 이후 매립해 전차 경기장으로 바꿨다. 영화 ‘벤허’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광장의 크기는 거대하다.
길이 400m, 넓이 120m의 광장이 더 유명한 이유는 세 개의 오벨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기원전 1500년께 만들어진 이집트 카르막 신전의 동서남북을 지키는 오벨리스크,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마라톤 전투 때 전사한 페르시아군의 방패를 녹여 델피 신전을 만들었던 청동 뱀기둥 오벨리스크(뱀의 머리는 오토만 시대에 파괴됐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330년 세운 청동기둥 오벨리스크가 있다. 콘스탄티누스 오벨리스크의 청동은 십자군원정 때 동전을 주조하기 위해 모두 떼내 지금은 돌기둥만 남아있다.
히포드럼 광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광경은 터키 시민들이 길거리를 떠도는 개, 고양이와 한데 어우러져 간식을 나눠 먹는 모습이었다. 터키 전역은 개와 고양이의 천국이다. 정부에서 유기견과 유기묘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도심은 물론 유적지 어느 곳이건 자유롭게 배회하는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소피아 성당 내부에서도 세상 모르고 조는 고양이를 만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선의를 베푼다. 힘 없는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터키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와 너무 달라 부러움이 일었다.
오스만 제국의 영광 톱카프 궁전
히포드럼 광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소피아 성당을 거쳐 언덕을 오르면 오스만튀르크 왕국의 찬란함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톱카프 궁전을 마주하게 된다. 1467년 메흐메트 2세 때 완성된 톱카프 궁전이 지금의 모습을 형성하기까지는 400년이 걸렸다. 궁전 초입으로 들어서면 아름다운 정원을 중심으로 도자기관, 보석관, 종교관이 있는데 소장한 유물의 양과 질이 엄청나다. 과거 주방으로 사용했던 도자기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도자기 수는 1만2000여점이나 된다.
보석관에는 술탄이 쓰던 왕좌, 장식품, 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86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전시돼 있다. 각종 보석으로 장식된 유물들의 우아한 디자인과 정교한 디테일에 놀란 사람들의 탄성이 끊임없이 울리는 곳이다. 종교관의 유물 또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로 가득하다. 모세의 지팡이, 아브라함의 두건, 세례 요한의 뼈, 다윗의 검 등 기독교 성물들이 모여 있으며 비잔틴 문화의 유물이 모두 이곳에 있다. 진귀한 유물이 가득한 만큼 관람객도 어마어마하다. 대부분의 전시관을 줄 서서 천천히 관람해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간 안배가 필요하다. 전시실 내부의 사진 촬영은 불가능하다.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자존심, 돌마바흐체 궁전
돌마바흐체 궁전은 톱카프 궁전만큼 크지 않은 아담한 규모지만 내실은 더없이 화려하다. 술탄 압둘 마지드는 프랑스에 갔다가 베르사이유 궁전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마침 기울어 가는 오스만튀르크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궁전을 지을 참이었다. 일단 바다를 메우기 시작했다. 대리석으로 외벽을 짓고 바닥은 흑단 장미나무를 깔아 향이 은은하게 올라와 퍼지게 만들었다. 궁전의 내부는 금으로 치장했다. 궁전 내부 장식에 쓴 금만 무려 20t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샹들리에를 영국에 주문 제작했고 연회장 천장의 그림은 그 화려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궁전 외부에는 돔 지붕이 없는데 연회장 천장은 마치 돔 지붕인 것처럼 보인다. 그림으로 돔 지붕을 형상화한 착시효과라는 설명에 입이 떡 벌어진다. 전시용으로 만든 궁전인 동시에 유럽 3대 궁전인 만큼 곳곳에서 화려함의 극을 경험할 수 있다. 궁전을 짓는 동안 독일에서 빌린 부채로 터키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멸망하는 아픔을 겪었다. 겉보기에는 극도로 화려하지만 슬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궁전이다. 궁전 바로 앞에는 보스포루스 해협이 잔잔하게 일렁인다. 햇빛에 반사된 은빛 바다 위로 크루즈선들이 해협을 향해 난 궁전의 석조 문 안에 걸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세상의 중심을 몸으로 느끼는 방법
바다를 건너 대륙을 횡단한다는 것은 짜릿한 즐거움이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뱃놀이뿐이겠지만, 지리적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특별한 감상에 젖을 것이 분명하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지중해와 흑해를, 북유럽과 남유럽을,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바다 골짜기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횡단하는 크루즈를 타고 도는 40분 동안 온전히 세상의 중심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바다를 가르며 마주하는 다양한 풍경은 유구한 역사를 각자 다른 말로 조곤조곤 전하는 느낌이다.
해가 뉘엿뉘엿 눕기 시작하면 바다와 하늘은 경계가 모호한 붉은빛으로 물들어 하나가 된다. 이스탄불은 바다와 하늘만큼 다른 동서양의 문화가 융합하고 포개져 특유의 질감을 발하는 아름다운 도시가 됐다. 이제 이 도시의 활기찬 밤을 즐길 차례다.
이스탄불(터키)=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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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유선 기자 ] 이스탄불에서 보내는 여행자의 낮과 밤은 확연히 다르다.
낮에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온갖 유물을 보며 이스탄불의 역사를 공부하느라 바쁘다.
일몰 즈음엔 보스포루스해협을 건너는 크루즈를 타고 유럽에서 아시아로 대륙을 횡단한다. 이곳이 유럽과 아시아의 중심임을 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다.
밤의 이스탄불은 활기로 가득하다.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즐기는 정취는
오랫동안 마음 안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아는 만큼 보이는 수많은 보물들
그랜드 바자, 블루 모스크, 소피아 성당에 이어 발을 들인 곳은 블루 모스크 서쪽 출구에 있는 히포드럼 광장이다. 로마의 잔혹했던 놀이문화인 검투 경기가 펼쳐지던 곳이었지만 검투 경기를 폐지한 이후 매립해 전차 경기장으로 바꿨다. 영화 ‘벤허’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광장의 크기는 거대하다.
길이 400m, 넓이 120m의 광장이 더 유명한 이유는 세 개의 오벨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기원전 1500년께 만들어진 이집트 카르막 신전의 동서남북을 지키는 오벨리스크,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마라톤 전투 때 전사한 페르시아군의 방패를 녹여 델피 신전을 만들었던 청동 뱀기둥 오벨리스크(뱀의 머리는 오토만 시대에 파괴됐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330년 세운 청동기둥 오벨리스크가 있다. 콘스탄티누스 오벨리스크의 청동은 십자군원정 때 동전을 주조하기 위해 모두 떼내 지금은 돌기둥만 남아있다.
히포드럼 광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광경은 터키 시민들이 길거리를 떠도는 개, 고양이와 한데 어우러져 간식을 나눠 먹는 모습이었다. 터키 전역은 개와 고양이의 천국이다. 정부에서 유기견과 유기묘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도심은 물론 유적지 어느 곳이건 자유롭게 배회하는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소피아 성당 내부에서도 세상 모르고 조는 고양이를 만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선의를 베푼다. 힘 없는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터키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와 너무 달라 부러움이 일었다.
오스만 제국의 영광 톱카프 궁전
히포드럼 광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소피아 성당을 거쳐 언덕을 오르면 오스만튀르크 왕국의 찬란함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톱카프 궁전을 마주하게 된다. 1467년 메흐메트 2세 때 완성된 톱카프 궁전이 지금의 모습을 형성하기까지는 400년이 걸렸다. 궁전 초입으로 들어서면 아름다운 정원을 중심으로 도자기관, 보석관, 종교관이 있는데 소장한 유물의 양과 질이 엄청나다. 과거 주방으로 사용했던 도자기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도자기 수는 1만2000여점이나 된다.
보석관에는 술탄이 쓰던 왕좌, 장식품, 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86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전시돼 있다. 각종 보석으로 장식된 유물들의 우아한 디자인과 정교한 디테일에 놀란 사람들의 탄성이 끊임없이 울리는 곳이다. 종교관의 유물 또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로 가득하다. 모세의 지팡이, 아브라함의 두건, 세례 요한의 뼈, 다윗의 검 등 기독교 성물들이 모여 있으며 비잔틴 문화의 유물이 모두 이곳에 있다. 진귀한 유물이 가득한 만큼 관람객도 어마어마하다. 대부분의 전시관을 줄 서서 천천히 관람해야 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간 안배가 필요하다. 전시실 내부의 사진 촬영은 불가능하다.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자존심, 돌마바흐체 궁전
돌마바흐체 궁전은 톱카프 궁전만큼 크지 않은 아담한 규모지만 내실은 더없이 화려하다. 술탄 압둘 마지드는 프랑스에 갔다가 베르사이유 궁전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마침 기울어 가는 오스만튀르크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궁전을 지을 참이었다. 일단 바다를 메우기 시작했다. 대리석으로 외벽을 짓고 바닥은 흑단 장미나무를 깔아 향이 은은하게 올라와 퍼지게 만들었다. 궁전의 내부는 금으로 치장했다. 궁전 내부 장식에 쓴 금만 무려 20t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샹들리에를 영국에 주문 제작했고 연회장 천장의 그림은 그 화려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궁전 외부에는 돔 지붕이 없는데 연회장 천장은 마치 돔 지붕인 것처럼 보인다. 그림으로 돔 지붕을 형상화한 착시효과라는 설명에 입이 떡 벌어진다. 전시용으로 만든 궁전인 동시에 유럽 3대 궁전인 만큼 곳곳에서 화려함의 극을 경험할 수 있다. 궁전을 짓는 동안 독일에서 빌린 부채로 터키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멸망하는 아픔을 겪었다. 겉보기에는 극도로 화려하지만 슬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궁전이다. 궁전 바로 앞에는 보스포루스 해협이 잔잔하게 일렁인다. 햇빛에 반사된 은빛 바다 위로 크루즈선들이 해협을 향해 난 궁전의 석조 문 안에 걸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세상의 중심을 몸으로 느끼는 방법
바다를 건너 대륙을 횡단한다는 것은 짜릿한 즐거움이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뱃놀이뿐이겠지만, 지리적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특별한 감상에 젖을 것이 분명하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지중해와 흑해를, 북유럽과 남유럽을,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바다 골짜기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횡단하는 크루즈를 타고 도는 40분 동안 온전히 세상의 중심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바다를 가르며 마주하는 다양한 풍경은 유구한 역사를 각자 다른 말로 조곤조곤 전하는 느낌이다.
해가 뉘엿뉘엿 눕기 시작하면 바다와 하늘은 경계가 모호한 붉은빛으로 물들어 하나가 된다. 이스탄불은 바다와 하늘만큼 다른 동서양의 문화가 융합하고 포개져 특유의 질감을 발하는 아름다운 도시가 됐다. 이제 이 도시의 활기찬 밤을 즐길 차례다.
이스탄불(터키)=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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