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같은 마을에서 죽기 전에 꼭 한번~ 치즈를 만들어보자

입력 2013-12-16 06:59  

전북 임실 치즈마을


[ 안석훈 기자 ] 식생활이 서구형으로 변하면서 우리 식단에도 치즈의 사용 빈도와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생산지는 대부분 유럽이다. 치즈 하면 당연히 유럽을 떠올리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에도 이름난 치즈 생산지가 있다. 전북 임실이다. 유럽의 어느 도시도 아니고, 전북의 군 단위에 있는 치즈 공장이라니…. 치즈와는 전혀 궁합이 맞지 않을 것 같은 이 우직한 이름이 국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치즈 브랜드가 된 사연을 찾아 떠나보자.

치즈산업의 선구자 임실 치즈

치즈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선보인 것은 6·25전쟁 때 미군에 의해서다. 그런데 햄이나 소시지는 ‘부대찌개’ 등으로 변형되며 급속히 토착화된 데 비해 치즈는 쉽게 대중화되지 못했다. 외국인이 적응하기 어려운 우리네 청국장만큼이나 강렬한 그 발효향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벨기에에서 온 벽안의 지정환 신부는 1967년 임실군 갈마리에서 한국 최초로 치즈 만드는 일을 벌였다. 지역 농민의 소득 증대를 위해서였다. 영국식인 체다 치즈와 프랑스식인 포르 살뤼 치즈, 이탈리아식인 모차렐라 치즈를 생산했고 웨스틴조선호텔에 납품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살기 빡빡하던 당시 사정상 치즈는 소수의 계층에서만 찾았을 뿐 더 이상 일반화되지 못했다.

처음에는 산양유로 치즈를 만들었다. 게다가 체다 치즈나 포르 살뤼 치즈는 숙성 기간이 길어 그만큼 향도 강하다. 그러니 더 대중화가 어려웠다. 그러자 임실치즈농협은 치즈의 현지화를 시도한다. 산양유를 우유로 대체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치즈를 만든 것. 그러던 차에 국민소득 5000달러 수준이던 1980년대 중반, 국내에서 피자 붐이 일기 시작했다. 치즈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치즈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한 임실의 치즈 산업은 본궤도에 올랐다.

천연재료를 이용한 최고의 맛체험

임실군 임실읍 금성리. 이제는 마을이름이 아예 ‘치즈마을’이다. 뚝심 있는 이름만큼이나 치즈를 우리에게 밀착시켜 놓은 공헌은 높이 살 만하다. 지금 붐이 불고 있는 치즈 체험은 임실에서 시작됐다. 발효음식 김치가 체험상품으로 각광받는 것처럼 이에 필적하는 치즈도 체험 상품으로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유행어처럼 ‘죽기 전에’ 한번쯤은 꼭 해봐야 할 체험이다.

우유 옆에는 달랑 칼 한 자루만 놓여 있다. 새하얀 우유에 소의 위액인 렌넷을 몇 방울 떨어뜨리고 나면 비로소 칼의 쓰임새를 알 수 있다. 칼로 우유 베기. 칼이 지나간 자국을 또렷이 남기며 우유는 스윽 베어진다. 어느새 우유는 묵처럼 굳어져 있었다. 액체가 고체로 변하는 그 짧디 짧은 시간이 신기하다.

피자의 맛은 역시 길게 늘어지는 치즈에 있을 터, 치즈 체험의 절정 역시 그렇다. 응고된 우유 덩어리인 커드에 따뜻한 물을 붓고 반죽을 하면 진득진득해진다. 이 커드를 사방에서 붙잡고 늘이자 한없이 펼쳐진다. 마치 세상이라도 덮을 듯하다. 아이들은 풍선껌 크게 불기처럼 누가 넓게 펼치나 비교해보기에 바쁘다.

그 다음은 피자 만들기다. 반죽 위에 여러 가지 토핑과 치즈를 듬뿍 얹고 테두리에도 치즈를 넣어 마감하니 치즈 크러스트 피자가 되었다. 서툰 어린 셰프들의 손놀림으로는 모양이 울통불퉁하다. 그런데 맛은 가히 엄지를 치켜들 만하다. 치즈의 핵심은 변하지 않는 지속성이다. 치즈는 영양가 덩어리라 미생물의 온상이 되므로 부패될 우려가 높다. 치즈가 방부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 힘든 이유다. 방부제는 웰빙의 적이다. 그래서 우수한 제품을 가르는 기준으로 ‘무방부제’를 강조한다. 치즈체험에 방부제란 없다. 시작이 치즈 만들기였다면, 끝은 직접 만든 피자의 시식이다.

동화마을 같은 치즈 테마파크

순천 완주 간 고속도로의 임실 나들목에서 빠져나가면 바로 치즈테마파크가 보인다. 입장료는 무료다. 이곳은 건물조차 치즈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 푸른 초원에 펼쳐진 이국적인 모습이 마치 동화속 나라 같다. 치즈과학연구소, 유가공 공장이 함께 있는 이곳 홍보관에 가면 치즈에 대해 보다 상세히 알 수 있다. 임실로 치즈체험을 다녀온다면 꼭 둘러볼 만한 곳이다.

치즈 테마파크에서도 치즈체험을 신청해 할 수 있지만, 원조는 테마파크 뒤편에 있는 ‘치즈마을’이다. 이곳 치즈정보화마을(cheese.invil.org)은 마을사람들이 공동 운영하는 농촌 체험마을이다. 슬로건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마을’인 것처럼 농촌체험 프로그램에는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부대끼는 오밀조밀한 즐거움이 있다. (064)643-3700

치즈체험 할수 있는 곳

지역적으로 임실치즈를 내걸고 하는 체험장은 많다. 거리가 멀어 불편하다면 가까운 곳을 이용하면 된다. 치즈 체험 이외의 프로그램만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인 치즈 체험의 내용은 비슷하다.

경기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의 양평임실치즈마을(031-771-1505)은 소나기마을의 황순원문학관 바로 앞에 있다. 치즈체험 외에 트랙터 마차타기·레일썰매 등을 운영한다. 황순원문학관 관람이 체험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다. 충북 충주에 있는 임실치즈체험장(043-645-1503)과 연계해 운영하며 홈페이지도 연결돼 있다. 경기 파주시 적성면 객현 1리의 파주치즈스쿨(031-959-0773)은 치즈체험 외에 감악산 와이너리 투어, 아이스크림 만들기, 튀밥 튀기기 등을 선택적으로 운영한다. 단체로 이용할 경우 체험객의 요구에 따라 찾아가는 방문 체험을 하는 것이 특징. 경기 고양시의 낙농치즈테마체험장(031-964-3057)도 마찬가지다.

임실치즈스쿨(cheeseschool.co.kr)은 전북 임실(063-644-0777) 외에도 경기 이천(031-631-7999) 충남 공주(041-841-7800) 경남 밀양(052-352-3550) 경북 경주(054-775-0771) 대구(053-802-3399)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섬진강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로 유명한 전남 곡성군 죽곡면의 곡성 섬진강 치즈체험학교(061-363-1551)는 옛 죽곡초등학교 자리에 있다.

안석훈 체험여행 전문가 ridge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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