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용서와 화해의 15일

입력 2013-12-16 21:44   수정 2013-12-17 04:14

희망은 나 혼자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것
용서의 손 먼저 내밀고, 그 손 잡아주기를

유중근 < 대한적십자사 총재 june1944@redcross.or.kr >



얼마 전 용서와 화합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타계했다. 그의 타계 소식은 세계인의 마음을 울렸고, 그의 발자취와 어록은 비난과 질책, 반목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투쟁하다 반란죄로 27년간 옥살이를 한 그는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자신을 탄압하고 감옥에 가둔 사람들을 모두 용서했다. 그의 용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불행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평화와 화합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든 계기가 됐으며, 메마르고 척박한 땅에 희망의 불씨를 심었다.

용서는 단순히 ‘잘못이나 죄를 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잊고 거기에 매달리지 않음으로써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영국의 시인이자 목사인 조지 허버트는 “남을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은 자기가 건너야 할 다리를 파괴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3년 우리에게 남은 시간 15일.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자. ‘건너야 할 다리’를 건너지 못하도록 우리를 붙잡고 있었던 해묵은 감정들이 있다면 이제 그만 잊어버리자.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면 짧은 문자메시지도 좋고, 자그마한 카드 한 장도 좋다. 만델라의 교훈을 나의 것으로 삼아 불편했던 관계들을 청산해보자. 남이 행복할 때 나도 행복할 수 있다.

적십자사는 오는 21일 오후 7시부터 72시간 동안 ‘SR 함께하는 대한민국! 위기가정에 희망을’이라는 주제로 서울 명동에서 캠페인을 진행한다. 세 명의 DJ가 먹지도 않고 유리 부스에서 진행하는 생방송인데, 이곳에 사연을 보내거나 함께 공연에 참여해 그동안의 오해를 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희망찬 2014년을 기대한다면, 남은 15일 동안만이라도 용서와 화해에 집중해 볼 일이다. 희망은 나 혼자서는 결코 만들어갈 수 없다. 용서의 손을 먼저 내미는 것, 그리고 그 손이 부끄럽지 않도록 함께 잡아주는 것. 서로가 한마음으로 만날 때 희망은 우리 곁에 뿌리내릴 수 있다. 희망은 함께 심는 것이다.

마음을 열 준비가 되었는가. 남은 15일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출발선은 달라진다.

유중근 < 대한적십자사 총재 june1944@redcross.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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