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올해 여러 번 수술을 받으셨다는데, 건강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찾아주니, 고마워서. 추운데 이 양말이라도 어여 신어.”
지난 11일 오전 10시 서울 동자동 남산 기슭의 쪽방촌. 안민수 삼성화재 신임 사장이 이모 할머니(86) 댁을 찾았다. 이 할머니는 6·25전쟁 때 남편, 가족과 헤어져 월남해 홀로 살아왔다. 올해는 관절염과 백내장 수술을 받아 더 외롭고 힘든 겨울을 맞았다.
안 사장은 쌀과 김치 외에 수술 회복을 위해 찜질기, 건강식품, 돋보기 등을 선물했다. 이 할머니는 찾아준 안 사장과 직원들에게 준비한 양말을 한 켤레씩 선물했다. 안 사장에게는 손수 양말을 신겨주기도 했다.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은 서울 남대문 쪽방에 사는 김모 할아버지(80) 댁을 방문했다. 잘 움직이지 못하는 김 할아버지에게 직접 오리털 방한 조끼를 입혀드렸다. 김 할아버지는 평소 전화기 옆에 큼직한 글씨로 삼성전기에서 자원봉사를 나왔던 직원들의 전화번호를 써놓고 필요할 때마다 연락을 하곤 한다. 지난 달 말 임직원들은 김 할아버지 댁에 방한 커튼, 문풍지를 부착하고 겨울용 이불을 선물하기도 했다.
삼성 사장단의 연말 사회봉사 전통이 된 ‘쪽방 봉사’가 10년째를 맞았다. 이날 안 사장과 최 사장을 포함해 서른두 명의 삼성 사장들이 용산과 남대문 종로 영등포 동대문 등 서울지역 6개 쪽방촌을 방문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생필품 세트 등을 전달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눴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김석 삼성증권 사장,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등 8명은 용산 쪽방촌을,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최치준 사장 등 일행은 남대문 쪽방촌을 찾았다. 또 전동수 삼성SDS 사장 일행은 종로 쪽방촌에서,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 등은 영등포 광야홈리스센터에서, 윤용암 삼성자산운용사장과 김철교 삼성테크윈사장 등은 동대문의 쪽방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정수현 서울역쪽방상담소 소장은 “삼성 임직원들이 10년째 해마다 우리를 찾아와 쪽방 주민들에게 어떤 물품들을 지원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임직원들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찾아가 대화도 나누고, 외롭고 아픈 마음까지 챙겨주고 있어 연말만 되면 쪽방 주민들이 삼성 임직원들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용산 쪽방촌에 사는 이창준 할아버지(84)는 “쪽방에서 30년이 넘게 가족도 없이 혼자 생활하는 나에게 겨울이면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삼성 사람들이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나 고맙고 내년에도 내가 살아 있으면 또 찾아와 주려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쪽방 봉사는 쪽방 주민들에게뿐 아니라 봉사에 나선 삼성 사장들과 임직원에게도 ‘힐링’을 주고 있다.
임 사장은 봉사를 마친 뒤 “주위에 참 어려운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실제 현장에 와서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 “일시적인 행사를 넘어서 늘 이런 마음을 갖고 살도록 저부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두 시간여의 봉사를 마치고 쉽게 발을 떼지 못했다.
이날 사장단뿐 아니라 삼성 임직원들도 전국 쪽방촌을 찾아 6100여명에게 라면, 참치캔, 김 등이 담긴 생필품 세트와 오리털 방한조끼 등을 전달했다. 또 벽화 그리기 등 환경정화 봉사활동도 펼쳤다.
한편 삼성은 지난 11일부터 연말까지 3주 동안을 ‘연말 이웃사랑 캠페인’ 기간으로 정해 지역사회 파트너단체들과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올해로 19년째를 맞는 이 캠페인에는 임직원 8만5000명이 참여해 전국의 사회복지시설, 자매결연 마을과 학교 등 8만여곳을 방문해 난방유와 연탄, 송년 선물을 전달한다.
삼성SDI 합창동호회 25명은 11일 경기 용인시의 용인노인요양원을 찾아 100여명의 노인을 위해 송년음악회를 열었다. 합창, 기악합주, 탭댄스 공연과 함께 무릎담요 등 방한용품도 선물했다.
에스원은 오는 31일 종무식을 소외계층 봉사활동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임직원 350여명이 전국의 18개 미혼모시설과 20개 아동시설에 장갑, 목도리, 과자 등 생필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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