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훈 기자 ]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이 중소 물류업체와 일감을 나누기로 약속한 게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보려고 이 자리에 왔다.”(김영환 민주당 의원)
“국감 때 나만큼 현대글로비스를 질타한 사람이 없었다.”(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지난 16일 서울 양재동 L타워에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물류기업인 현대글로비스가 마련한 물류산업진흥재단 설립 기념식. 연단에 오른 국회의원들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자 행사에 참석한 이 회사 직원들과 물류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어색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회의원들의 ‘축사 아닌 축사’를 듣고 있던 참석자들 사이에서 “너무한다”는 말이 나왔다. 정무·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네 명의 발언이 이어졌을 뿐, 행사를 준비한 김 사장은 마이크조차 잡지 않았다. 그는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비판이 나오자 지난 4월 해소책을 내놨다. 글로비스가 맡았던 4800억원 상당의 물류 일감을 외부 중소업체에 개방하고, 물류진흥재단을 설립해 중소기업을 돕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 이후에도 회사는 비난에 시달렸다. 김 사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의원이 “일감몰아주기 금지법을 ‘안티 글로비스법’이라고도 부른다”고 질타하자, 김 사장은 “내년 4월이면 4800억원 규모의 일감을 중소기업으로 전환하는 계획이 완료될 것”이라고 답했다.
현대글로비스 직원들은 중소물류업체에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한국 물류산업의 발전을 이끌자는 취지로 지난 5월부터 재단 설립을 준비해왔다. 직원 교육기반이 취약한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교육 컨설팅을 해주고 화물주와 ‘을(乙)’의 관계에 있는 화물차 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복지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재단 운영 아이디어도 직접 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중소물류업체 대표는 “내가 글로비스 직원이라면 좋은 일 하려고 하는 데도 힘이 안 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격려가 필요할 때 쏟아진 질책이 참석자들의 마음을 짓눌렀다.
김대훈 산업부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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